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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엄마 옆자리는 항상 내 거야

by 마루마루

첫째는 둘째를 사랑한다. 많이 안아주고 예뻐해 준다. 하지만 예뻐하고 사랑한다고 엄마 옆자리를 기꺼이 나눠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첫째가 사이를 파고드는 방식은 매우 기발하다. 둘째를 안고 있으면 뒤에서 업힌다. 유모차에는 첫째 고정석이 있다. 걷는 것을 싫어해서 언제나 유모차를 끼고 다니는 첫째를 위해 버기보드 (유모차에 연결하여 아이가 탈 수 있게 만든 의자)를 마련해 줬다. 첫째는 버기보드를 고집할 뿐 아니라, 자신이 유모차 자리에 타겠다고 종종 주장한다. (동생은 어떻게 해?라고 물으면 동생은 안아주면 된다고 한다.) 둘째가 하이체어에 앉아 이유식을 먹으면 자신도 꼭 옆에 앉아서 배고프다고 한다. 둘째를 방에서 재우고 있으면 10분 남짓해서 방에 들어와 '나도 졸려, 지금 잘래. 지금 엄마 옆에서 잘 거야.'라고 한다. 배고프거나 졸린 시간은 당연히 아니다. 아기띠를 하면 자신도 아기띠에 안기겠다고 조른다. 결국 아빠를 졸라 아기띠 안으로 쏙 들어간다. 길쭉한 다리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3년 평생 자신의 고정석이었던 '엄마 옆자리'를 빼앗긴 기분은 어떤 걸까? 혼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쓰던 것을 갑자기 '나눠' 써야 한다는 기분은 어떤 걸까?


그건 원래 내 건데. 거긴 원래 내 자린데. 동생이 태어났으니 나눠 써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아. 그런데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어. 이 나쁜 기분, 이 불안한 느낌을 잠재울 방법을 모르겠어. 그냥 엄마 옆에 있으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엄마가 말을 걸어주고 나와 놀아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이상하게 손톱을 뜯으니 좀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아. 나도 내가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 엄마한테 더 사랑한다고 말하면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첫째의 절실한 마음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행동으로 전해진다. 그럴 때는 '내가 괜히 둘째를 낳아서 서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둘이 함께 토닥토닥 놀 때, 그리고 그 안에서 좋은 감정도, 불쾌한 감정도 모두 느끼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 첫째를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는 감정 표현이 제한적이고 활동성이 적은 편이다. 불쾌할 것 같은 상황은 미리 피하고 이미 형성된 무리에 끼는 것을 어려워하며,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는 말도 잘 못한다. 저런 성격도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주장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 첫째에게 형제 관계가 자기주장을 배울 기회가 되고 있으니 나로서는 좀 힘들고 고생스럽기는 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에게.

엄마 옆자리는 항상 네 것이었지. 동생이 태어나면서 모든 것을 나눠 써야 해서 많이 불편하지? 여러 불쾌한 느낌을 겪었겠지만, 이런 감정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도 함께 배우게 될 거야. 그럼으로써 너는 더 단단해질 것이란다.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어려운 일이 찾아와. 네 살이 된 네게는 '동생'이라는 어려움이 찾아왔지. 이런 것을 어려운 말로 역경이라고 한단다. 산다는 것은 기쁜 일도, 힘든 일도 함께 하는 것이야. 역경을 없앨 수는 없지만, 역경을 잘 다루는 법은 배울 수 있단다. 네게 그런 기회가 많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아가 너희 둘이 서로가 역경을 견디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네가 원하면 언제나 엄마 옆자리에 올 수 있어. 동생이 앉아있더라도 네가 꼭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 그럴 때는 엄마에게 말해줘. 엄마는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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