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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바퀴 달린 삶

by 마루마루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는 언제나 바퀴가 달려있다.

유모차, 킥보드, 전동 자동차, 집에서 타는 자동차, 트라이크라 불리는 경량 유모차, 자전거까지. 아이들은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오래 걷지 못한다. 다섯 살 된 첫째는 아직도 동네 상가에 다녀오는 것을 버거워한다. 조금 걷다가 벤치만 나오면 앉았다 가자고 징징대는 첫째를 위해 둘째 유모차에 버기보드 (큰 아이가 탈 수 있는 등받이 없는 간이 의자)를 달아주었다.


바퀴가 달린 삶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걸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턱, 깨진 보도블록, 일어난 우레탄 바닥에서 바퀴 달린 탈것들은 생각보다 많이 기우뚱한다. 조심성 없는 엄마를 만난 죄로 첫째는 유모차에서 몇 번이나 떨어질 뻔했다. 횡단보도 건너 보도블록으로 올라오는 그 작은 턱에서 앞으로 휙 기우는 일이 다반수여서 유모차에서는 반드시 벨트를 채운다. 한 명의 어른으로 살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길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삶에서 상당한 불편을 선사한다.


또 불편한 것이 있다. 계단이 있으면 무조건 빙 돌아서 가야 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에는 무빙워크라도 있지만 동네 시장에는 그런 게 없다. 운이 좋으면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대다수는 계단이다. 그 계단 때문에 시장을 못 가는 일이 다반수이다. 아이가 좀 커서 에스컬레이터를 안정적으로 타려면 만 3세는 되어야 한다. 에스컬레이터에 익숙하지 않으면 에스컬레이터 내릴 때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움직이는 계단이 무서워 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뒷사람들을 영영 기다리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 3세까지는 대개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하 이동을 해야 한다. 문화센터가 있는 마트나 백화점에 가보면 엘리베이터에 유모차가 꽉 차서 타지 못하는 일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난 후 바퀴 달린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아이들의 느린 걸음, 모든 종류의 단차와 계단, 그 위를 굴러가야 할 바퀴들 때문에 어린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이동 시간이 항상 두 배 필요하다. 그리고 바퀴에 의지하여 움직이는 사람에게 지하철이나 버스가 얼마나 불편한지, 사소한 보도블록의 돌출이 삶을 얼마나 위태롭게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로 살며 감수성과 공감의 폭이 예전보다 깊어졌음에도, 사회 전반의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증진되었음에도, 내게는 '내 입장'을 벗어나 생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나는 이제 막 '어린아이를 둘 데리고 사는 부모'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불편함을 몸소 느끼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조금 더 큰 아이, 사춘기의 아이, 성인이 된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 아이가 없는 부부의 입장, 성별이 같은 부부의 입장,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 결혼 후 이별을 겪은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아는 척하지 말고 제대로 알기 위해 귀를 더 기울이고 이해하기 위해 오감을 더 많이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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