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데 유모차 끌고 들어가도 될까요?
두 아이와, 그것도 갓난아기를 데리고 외식을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두 아이를 준비시킨다. 유치원생인 첫째는 사실 거의 준비가 필요 없다. 메뉴만 잘 고르면 된다. 이제 막 이유식을 시작한 둘째는 준비할 게 많다. 이유식 (대개 미리 데워서 간다), 턱받이, 수저, 젖병, 분유, 분유물, 가제수건, 물티슈를 챙긴다. 기저귀 가방이 꽉 찬다.
메뉴를 고른다.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하는 첫째는 대부분의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두 가지 먹을 수 없는 메뉴가 있다. 첫 번째는 매운 음식이고, 두 번째는 불판에서 기름이 튀는 음식 (삼겹살, 닭갈비 등)이다. 그런데 그 규칙을 너무나도 어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닭갈비가 너무 먹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닭갈비를 먹은 게 언제였더라. 첫째를 출산하기 전, 모유수유를 하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에 따라 닭갈비를 먹은 게 마지막이었다. 3년 넘게 먹지 않고 살아온 음식인데 갑자기 너무 먹고 싶은 것이었다. 둘째가 6개월이 된 무렵, 온 가족이 쇼핑몰에 나갔다가 어린이 메뉴가 마련된 닭갈비 식당을 발견했다. 당연히 아기 의자도 있었다. 안을 슬쩍 보니 불판이 좀 멀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둘째가 아직 아기의자에 앉지 못했기에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유모차로 식당에 들어갔다. 둘째는 장난감을 쥐어주고 첫째는 어린이 메뉴를 시켜주고 우리 부부는 닭갈비를 먹었다. 먹고 싶은 것을 맛있는 식당에서 먹어서인지 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부모들도 용기를 낸 것인지 (원래 유모차 프렌들리 식당인지 모르겠다) 연달아 세 팀 정도가 아기의자에 못 앉는 아기를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들어온 것이다. 사장님은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주셨다. 주말 점심이라 식당이 금세 꽉 찼고 대기하는 손님이 생겼다. 우리는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우리가 먹는 것을 보고 우리처럼 용기를 낸 유모차 손님이 갑자기 많아진 건 아닐까?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줘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먹고 나왔다.
유모차를 가지고 식당에 갈 때는 눈치가 많이 보인다. 유모차는 다른 손님과 직원의 동선을 방해하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식당이 소란스러워진다. 유모차에 타지 않는 아이가 들어가도 비슷하게 눈치를 보게 된다. 아이가 먹고 난 자리는 바닥이 더러워지고, 어린이용 식기 (깨지지 않는 그릇과 작은 포크와 수저, 음식에 따라서는 집게와 가위가 필요하기도 하다)를 요청하므로 설거지 품도 든다. 게다가 아이들은 성인 1인분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손님을 받는 것에 비해 매출도 적다.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다 보면 식당에 들어가기가 죄송스럽다.
때로는 남편 없이 혼자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식당에 갈 때가 있다. 우리는 세 명이서 네 명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사실은 1인분 밖에 되지 않는 손님이지만, 아기가 귀한 시대를 살고 있어서인지 환대받는 느낌이다. 이동이 편한 자리로 안내받고, 여분의 식기류를 제공받고, 친절한 응대를 받는다. 그만큼 나도 예의를 갖추려 노력한다. 부탁할 때는 정중하게, 받을 때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포장할 수 있는 메뉴라면 포장도 부탁한다. 맛있게, 그리고 빠르게 먹는다. 바닥에 흘린 것은 정리하고 나온다.
이 자리를 빌어서 아이와 아기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식당의 사장님과 종업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편안한, 그래서 아기와 함께 다니는 것이 즐겁다고 느끼게 해 주시는 귀중한 분들이다. 아기를 받아주는 식당의 매출이 쑥쑥 올라서 아기 손님을 받는 것이 기쁜 일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