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침대의 파수꾼
파수꾼의 국어사전 정의는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엄마가 왜 침대의 파수꾼일까?
저녁 8시 반, 유치원에 가서 낮잠을 자지 않는 첫째는 이제 많이 졸릴 시간이다. 하지만 엄마랑 노는 것이 너무 신나서 자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첫째를 구슬려서 이를 닦고 침대에서 읽을 책을 고르게 한다. 둘째는 아빠 품에 안겨 오늘의 마지막 우유를 마시는 시간이다. 둘째도 매우 졸리다.
저녁 9시, 첫째와 엄마는 침대에 들어간다. 골라온 책을 읽고 꼭 껴안고 함께 잠에 든다. 둘이 꿈나라로 한참 떠난 이후에 둘째는 아빠 품에 안겨 살포시 아기 침대에 들어온다. (때로는 엄마를 찾아 세상이 떠나가라 엉엉 운다. 그러면 엄마는 둘째를 품에 안고 첫째에게 무릎베개를 해 주고 두 아이를 함께 재운다.)
첫째가 감기 기운이 있다면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침이 몰려온다. 때로는 기침에 기침이 겹쳐 저녁에 먹은 것을 토해내기도 한다. 기침 때문에 울면서 깨는 첫째를 안아서 다독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얼굴을 닦아주고 이불을 바꿔서 덮어준다. 졸음을 못 이기는 첫째는 다시 잠들었지만 엄마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아이의 기침소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를 쓸어내리고 열이 없나 확인하고 걷어 찬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첫째의 옆을 지킨다. 누나로부터 감기를 옮은 둘째도 코를 킁킁대며 자고 있다. 킁킁대는 소리가 커질 때마다 엄마는 깜짝 놀라 둘째의 침대를 들여다본다. 두 아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백색소음 소리를 줄여주고 엄마도 눕는다. 하지만 금방 잠에 들지는 못한다.
새벽 1시, 엄마가 어렵게 잠에 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둘째가 깬다. 때로는 자기 침대 벽을 긁거나 쩝쩝대며 깨어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때로는 엉엉 울기도 한다. 엄마는 렘수면이 덜 깨서 온몸의 힘이 풀리고 비몽사몽이지만 둘째를 달래 보다가 결국 들쳐 앉는다. 제멋대로 쪽쪽이를 졸업해 버린 둘째는 이제 안아주는 것 외에 재울 방법이 없다. 침대에서 안아주고 같이 누워도 봤다가 결국 아기띠를 하고 거실로 나온다. 거실을 서성이고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나며 두어 시간을 견뎌낸다. 끝까지 잠들지 않는 둘째와 엄마는 결국 침대에 같이 눕는다. 운이 좋은 날은 눕히면 거짓말처럼 잔다. 그러면 새벽 3시다. 하지만 운이 나쁜 날은 눕혀도 끝까지 못 자고 결국 배가 고파서 우유를 달라고 엉엉 운다. 그러면 수유까지 해주고 토닥거려 다시 재운다. 그러면 새벽 4시다.
새벽 5시에는 기상 알람이 울린다. 엄마는 오늘도 세 시간밖에 못 잤다. 알람을 끄고 30분 타이머를 재설정한다. 5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5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새벽 3시에 잠든 둘째는 슬슬 배고프다고 쩝쩝대기 시작한다. 어차피 일어나야 한다.
엄마는 밤새도록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시한다. 첫째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둘째의 신호에 반응한다. 아픈 가족은 없는지, 증상이 나빠진 건 아닌지, 침실의 습도와 온도는 적절한지, 자는 사이 가습기 물이 떨어져 버린 건 아닌지, 백색소음기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한다. 휴직 중인 엄마는 낮에는 집안일을 지키고 밤에는 아이들을 지킨다. 복직한 엄마는 낮에는 일을 지키고 밤에는 아이들을 지킨다. 엄마는 침대의 파수꾼이다.
p.s.
이제 50개월을 꽉 채운 첫째에게 물어보았다.
"언제까지 엄마랑 잘 거야?"
"100살까지 엄마랑 같이 잘 거야."
"네 방을 만들어주면 어때? 공주방으로 꾸며줄게."
"내 방에서 엄마랑 같이 자면 되지."
(그건.. '되지'로 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다들 내 침대에서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