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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by 마루마루

첫째는 안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다섯 살, 키가 1m가 넘은 지금도 폭 안기는 것을 좋아하고 잘 때도 꼭 안아줘야 잔다. 첫째를 안으면 길쭉한 팔다리와 호리호리한 몸통이 느껴진다. 조리원에서 품에 폭 안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한 팔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훌쩍 커버렸다.


품에 안겨 분유를 마시는 둘째를 본다. 나의 왼팔로 둘째의 머리를 받치고 오른팔로 젖병을 들고, 왼다리로 나의 왼팔을 받치고 오른 다리는 옆으로 눕혀 아이의 엉덩이와 다리를 받쳐 아이가 반쯤 앉는 자세를 취한다. 아이의 다리는 나의 오른 다리 위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으며 발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직 스스로의 힘으로 땅을 밟아보지 않은 보드라운 발바닥과 신발이 들어가지 않는 통통한 발등이 보인다. 같은 자세로 첫째를 안으면 목은 왼팔을 넘어 꺾이고 다리는 바닥에 길게 늘어질 것이다. 크고 널찍한 발과 납작한 발등이 보일 것이다. 첫째는 다시는 지금의 둘째와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안길 수 없다.




아이들을 기르면서 많이 생각하는 것에 ‘이 시간은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백 시간을 우려낸 사골국물처럼 진해서일까,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가슴이 아릴 정도다. 다시는 이 없이 잇몸만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는 것, 잇몸이 간지러워 부모의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아기침대에서 자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자기 이름을 주어로 꼭 집어넣는 문장을 들을 수 없다는 것, 산타클로스에 속아주지 않는다는 것,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하고 큰 형님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는 것.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리다.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가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가 알지 못하는 사회생활이 시작된다. 조금 있으면 혼자 자겠다고 할 것이며, 조금 더 지나면 부모가 알 수 없는 친구들을 스스로 사귈 것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늘어날 것이고, 어느 순간에는 도움을 청하지 않고 먼저 해결하고 있을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해도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비밀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부모의 품을 조금씩 떠난다. 부모의 고난은 사랑스러운 만남의 첫 시작부터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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