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남매워즈1: 보이지 않는 위험 The Phantom Menace

by 마루마루

<남매워즈>는 4부작 미니시리즈로, 갓 태어난 남동생과 세 살 터울의 누나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1] 남매워즈1: 보이지 않는 위험 The Phantom Menace

[2] 남매워즈2: 동생의 습격 Attack of the Younger Brother

[3] 남매워즈3: 누나의 복수 Revenge of the Elder Sister

[4] 남매워즈4: 최종 승자 The Final Winner




동생이 집에 왔다. 나처럼 말도 못 하고 걸어 다니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는다. 젖병에 담긴 흰색 우유나 먹을 줄 알고 꽥꽥 소리 지르며 운다. 엄마는 한숨을 쉰다.


"엄마, 동생 때문에 한숨 쉰 거죠?"

"아니야. 엄마가 힘들어서 그래."

"엄마, 동생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 거죠?"

"아니야. 그냥 엄마는 잠이 부족하고 피곤한 거야. 누구 때문이 아니야."


나는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엄마가 동생 갖고 싶니, 고양이 갖고 싶니라고 물으면 항상 고양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겼다고 한다. 책에서 봤다. 동생이 생기면 엄마 배가 커진다. 나는 신기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다고 말해줬다. 다들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축하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는 엄마, 나, 동생이 외출을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더 많이 웃어준다. 엄마에게는 '애국했네'라고 하고 나한테는 '동생 생겨서 좋지?' '동생 예쁘지?'라고 묻는다. 동생은 예쁘다. 자고 있을 때는 귀엽고 뽀뽀도 해주고 싶다. 하지만 동생이 생겨서 좋은지는 모르겠다. 동생이 생겨서 엄마는 집에 있는 것 같은데, 동생 때문에 엄마랑 놀 시간이 부족하다. 엄마랑 둘이 데이트하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면 도우미 선생님이나 아빠가 동생을 봐줘야 한다고 한다. 미술학원에도 엄마랑 둘이 갔는데 이제는 동생을 유모차에 태우고 가야 한다. 엄마는 동생을 보느라 내 수업이 끝났는지 모를 때도 있다.


엄마는 나랑 놀다가도 동생이 울면 잠깐만, 하고 동생을 보러 간다. 엄마는 젖병을 함께 가져온다. '엄마 동생 우유 먹이면서 여기서 너랑 놀게'라고 말한다. 엄마가 옆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동생을 보느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서 기분이 별로다. 때로는 아기띠에 동생을 안고 나는 거실에 내버려 둔 채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간다. 나는 엄마가 없어서 겁이 난다. 살짝 문을 열어본다. 엄마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문을 닫으라고 손짓한다. 엄마, 나도 지금 당장 엄마가 필요하다고요. 예전만큼 많이 놀러 가지 않는다. 여행도 안 가고, 키즈카페도 안 가고, 밖에서 밥도 잘 안 먹는다. 나가고 싶다고 하면, 네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온다. 동생이 어리면 밖에 나갈 수 없나?


엄마는 동생에게만 맛있는 걸 사 준다. 동생은 젖병 속의 우유를 마신다. 나도 우유 좋아하는데. 동생은 기다란 과자를 먹는다. 그 과자의 이름은 떡뻥이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맛있다. 나도 좋아하고, 나도 먹고 싶은데 왜 나한테는 안 사주지? 엄마가 마트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해서 딸기 그림이 그려진 떡뻥을 골랐다. 엄마가 이건 너무 달기 때문에 동생은 주면 안 되고 나만 먹으라고 한다. 아무래도 동생 떡뻥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할머니는 내가 누나니까 동생에게 잘해주라고 한다. 일단 '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잘해주는 게 뭐지?


내 친구 중에는 동생이 있는 친구가 없는 것 같다. 누구는 누나가 있고, 누구는 언니가 있고, 누구는 쌍둥이라고 하는데, 동생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다들 동생이 없고 자기가 동생인 걸까? 동생은 대체 뭐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