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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엄마의 이름

by 마루마루

조부모님이 지어주신 내 이름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중성적이어서 이름만 봐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고, 외국인이 부르기에는 너무 어렵다. ('하이윤'이라고 불린다. 현(Hyun)이 들어간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사춘기 감성이 충만했던 나는 남몰래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이름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었다. 막상 그런 이름을 가진 친구들은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디서나 이름으로 불리던 것이 당연했는데, 출산과 동시에 00 엄마가 되었다. 조리원에서, 문화센터나 아이의 기관에서 내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일은 거의 없다. 아이를 통해 만난 인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이해는 하지만, 두 번째 휴직을 겪으며 내 이름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 이름을 들을 일이 없으니 가끔은 내 이름이 남의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휴직 중에도 내 이름으로 불러주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요가 선생님이다. 그래서일까, 요가 시간에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내가 된다. 내가 좋아했던 것, 내 몸, 내 마음이 여기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또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나를 '00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엄마에게 나는 세 글자 이름을 가진 딸이다. 나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고, 엄마는 나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우리의 관계를 알려준다.


첫째에게 말을 가르칠 때 남편과 나의 이름을 가르쳤다. 아직 한글이 어눌한 첫째는 나의 이름의 중간 글자만 따서 '0 엄마'라고 불렀다. 세월이 흘러 이제 첫째는 나와 남편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엄마 이름이 뭐지?'라고 물었을 때뿐이다. 엄마는 엄마일 뿐 엄마의 이름 세 글자는 여전히 낯선 모양이다. 하지만 나의 일본 친구들은 자신의 엄마를 이름으로 부른다. 00아, 가 아니라, 00 씨 (00 さん)이라고 부른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생경하고 낯설고 무례한 것 아닌가 걱정도 했다. 하지만 엄마를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엄마와 자신이 각자 독립된 개체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나도 언젠가는 딸에게 00 씨 또는 00 여사라고 불려보고 싶다. (놀림이 아니라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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