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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증을 가진 둘째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by 마루마루


둘째는 뱃속에서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았다. 첫째에게 감기를 옮아도 약을 먹기도 어려워 평소보다 고통이 두 배, 세 배 컸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나눴다. 심한 치수염으로 발치를 해야 해서, 심한 부비동염에 걸려서, ‘내가 살아야 이 녀석도 살지’하며 항생제를 뱃속에서 이미 먹어야 했다.


첫째 때는 없던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았다. ‘내가 당뇨라니’라는 생각에 불쾌한 것도 잠시, 엄격한 식단과 운동에도 불구하고 당은 그야말로 춤추듯 널뛰어 종종 인슐린을 맞아야 했다. 특히 피치 못하게 외출하고 외식을 해야 할 때면,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화장실에 가서 인슐린을 맞았다. 주사를 배에 놓고 있자면 온갖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괜찮을까부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렇게 하면 오늘은 당이 잘 조절될까 (가끔 인슐린을 맞아도 제멋대로 춤춘다), 심지어는 '내가 정말 당뇨가 맞을까?'하는 의심까지. 당뇨 때문에 뱃속 아이가 너무 커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시험보듯 산전진찰을 다녔다.




그런 어려움 가운데 꿋꿋히 38주를 뱃속에서 버텨낸 둘째는 선천성 수신증(congenital hydronephrosis)을 갖고 태어났다. 산전 초음파에서 발견했는데, 담당 교수님 대수롭지 않게 ‘5% 정도 빼고는 다 정상‘라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그 5%였다. 게다가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바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옮기라 ‘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기 전에, 소아과 교과서와 논문을 찾아서 읽었다. 선천성 수신증을 가진 다른 부모의 글을 읽다 보면 눈물이 앞을 가려 나에게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름대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몸부림이었다. 선천성 수신증의 가장 나쁜 부작용은 요로감염이며, 요로감염이나 기능상의 저하가 있으면 원인을 감별해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으면 수술을 한다. 경과가 매우 나쁜 경우 만성신부전이 되어 투석을 하거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 지금 발생 가능한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지금 당장 수술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아직 그 수준이 아니고, 꾸준히 진료를 보며 수술이나 추가 검사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상태였다.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아직 알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뱃속에서도 항생제를 그렇게 먹은 녀석이 이제는 선천성 수신증의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하기로 했다. 예방적 항생제를 분유에 타서 먹일 때마다 '부디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하고 기도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매 진료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험 보는 기분이었다. 수신증을 점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수신증의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검사에서 무사히 통과하면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자란 후로 수술을 미룰 수 있어 다행이고, 이번 검사에서 정밀검사 혹은 수술 결정이 나더라도 더 늦기 전에 발견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마음뿐이었다.


임신 중의 감기, 임신성 당뇨, 선천성 질병까지. 딱히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감당해야 할 상황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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