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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두 번째 육아휴직 중의 문장완성검사

by 마루마루

<예민함이라는 선물>을 읽다가 오랜만에 문장완성검사를 해보았다. 문장완성검사는 미완성의 문장을 완성시키는 심리 검사의 하나인데, 대개 자신의 이야기(생각, 경험, 가치관 등)가 투사되어 당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검사이다. 잘 알고 있는 검사다 보니 스스로 해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지냈다. 책에 나온 문장완성검사는 연인 관계에서 자신의 모습과 기대를 점검하는 항목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모처럼 궁금해져서 해보게 되었다. 문항은 다음과 같다. (문항 중 일부 발췌, 위의 책, p.207~208)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_______다.

내게 소울메이트란 __________다.

_________는 나를 들뜨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만족스러운 관계란 _________다.

_________때 사랑받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든다.

_________때 입을 다물어 버린다.

_________까 봐 걱정된다.

파트너에게서 내가 바라는 건 __________다.

파트너에게서 내가 필요한 건 __________다.




나의 답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지친 줄 모른)다.

내게 소울메이트란 (나의 필요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시간)는 나를 들뜨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만족스러운 관계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를 쉬게 해주는 관계)다.

(나를 조용히 내버려 둘) 때 사랑받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든다.

(상대가 합당하지 않게 화를 낼) 때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나를 잃어버리게 될)까 봐 걱정된다.

파트너에게서 내가 바라는 건 (나만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다.

파트너에게서 내가 필요한 건 (혼자 있는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다.




문장을 완성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항목마다 '내가 뭐가 필요한 지 알아주고 나를 홀로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홀로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지쳐있었다니. 곰곰 돌이켜보면, 연애할 때의 나는 지친 줄 모르고, 항상 함께 있고 싶어 했고,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연애 이후의 결혼, 그리고 두 어린아이와 함께 지내는 삶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산산이 조각낼 것처럼 느껴왔던 모양이다. 특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린아이들에게 수면을 방해받는 것을 비롯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과 아이 때문에 억지로 잠을 깨는 것은, 후자의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더라도 훨씬 피곤한 일이다) 요가 시간과 독서 시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로 인해 내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울분과 억울함이 쌓였던 모양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무리 행복하고 소중하더라도,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불쾌하다. 나름 애써서 이런 시간을 확보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좀 더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데 익숙한 나는, 나를 돕겠다고 온 친정 엄마나 이모님이 힘들까 봐 쓸데없는 데까지 마음을 쓴다. 그걸 알고 있어서 친정 엄마는 밖에서 만났고 이모님이 오시면 일부러라도 외출을 해왔다. 주변 사람들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홀로 두고 내 삶에서 잠시 나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그런 욕구가 출산 이후부터 지금까지 좌절되며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왜 이렇게 지치고 짜증이 났을까, 왜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 이렇게 고단했을까 이해할 수 없는 날들이 꽤 오래됐다. 단지 이 덥고 덥고 또 더운 여름 탓만 해왔는데, 이런 무더위였기 때문에 나를 지킬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제 곧 육아휴직이 끝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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