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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와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가이드

4_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by 마루마루

여러분이 시험을 보는데, 시험 답안지에 3이 연달아 4개가 나오고도 다음 답이 아무리 생각해도 3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정말 이번에도 3이야?' '정말 그렇다고?' '내가 뭘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문제와 답을 다시 되돌아보고 자신의 판단에 회의를 갖게 됩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패턴을 추구하는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이기도 하고, 균등하게 답이 분포될 것이라는 편향(clustering illusion)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우리는 편향(bias),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시험 문제에서도 연속된 답을 보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우리는 무작위여야 할 상황에서도 규칙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박에서 이 경향은 훨씬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번 판엔 될거야' '이제 딸 때가 됐어' '이제 때가 왔어'와 같은 말은 도박하는 사람의 레퍼토리입니다. 지금껏 따지 못했으니 (부자연스러운 패턴이었으니) 이제 자연스럽게 딸 것이라는 대표성 휴리스틱 편향의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특히 도박과 같이 확률적인 사건, 즉 과거와 미래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통제력 환상'은 '무작위 사건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강화될수록 도박사의 오류, 즉 '지금까지 졌으니 이제는 이길 차례'라는 착각이 더욱 강해집니다.


즉, 변동비율로 보상이 주어지는 도박

-> '내가 패턴을 읽으면'과 같은, 나의 행동에 보상이 귀결된다는 생각(통제력 환상)을 강화

-> 무작위적 사건에 패턴과 의미를 부여하는 도박사의 오류

-> 손실 회피, 불안, 갈망이 복잡하게 얽혀 '이번에는 딸 거야'라는 희망회로를 반복해서 돌리게 함.


이들이 반복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본인은 패턴이 확실하다고 강하게 믿고 있는데, 주변에서 볼 때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마 가장 많은 가족이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직도 그 생각이냐?" "그거 틀렸다니까. 그런 걸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른다고"

"정신 좀 차려라" 일텐데요, 이런 말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고, 자신이 하는 행동에 집착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대안은 다음과 같은 질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뭐야?"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느낌인지, 확실한 '패턴'인지 궁금하네."

당연한 이야기지만, 냉소적이고 비꼬는 태도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정말 네 마음이 궁금해.'라는 따뜻한 호기심일 것입니다.

(물론 가족이 이런 상황에서 '따뜻한 호기심'을 보이기란 정말 어렵겠습니다만, 이럴 때 따뜻함 호기심을 보인다면 대화의 창이 열립니다! 그러니 평소에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고 말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다음에는 '더 잃을까봐 불안' '반드시 따야 한다는 압박'과 같은 감정이 숨어 있을 것이라 인정합니다.

"반드시 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엄청 압박이 되겠네."

"더 잃을까봐 불안해서 어떻게든 패턴을 찾고 싶을 것 같네."


대체로 많은 대화가 여기서 멈춥니다. 이쯤이면 이번 베팅의 결과가 나오고 당사자의 감정이 요동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괜찮습니다. 변화는 한 번의 대화에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비슷한 대화가 쌓이고 쌓여, 어떤 날은 잠들기 전 도박자의 마음을 어지럽히기도 하고, '그간 내가 믿었던 것이 모두 신기루였을까'와 같은 회의의 아주 작은 씨앗만 불러일으킨다면 성공입니다. 대체로 도박자들은 머리가 좋고 계산이 빠릅니다. 뭐가 이득인지 판단이 서면 그 방향을 나가는 추진력도 상당히 강합니다. 가족의 질문은 판단의 단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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