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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an 13. 2022

정신과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입니다

안아주는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 (f. 무럭무럭 자란다)

 아기는 본질적으로 안아달라고 하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안아주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번째 도구는 부모의 팔이다. 포대기에 감싸 팔로 안아준다.  태어난 아기의  50센티도 되지 않는다. 정말  팔에  들어온다. 한쪽 팔로 안고 한쪽 손은 머리를 받치면 된다. 간편하고 매우 경제적인 도구. 문제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아기가 커질수록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 스텝의 도구가 필요하다.

   번째 도구는  아기띠이다. 머리를 가누지 못할 때도 머리까지  넣어서 안정적으로 감쌀  있다. 몸에 밀착하기 때문인지 마루는 정말 좋아했다.  입장에서도 양손이 자유롭고 어깨와 허리로 하중을 실을  있어서 안기에 대한 부담을 훨씬 덜었. 단점은 아빠가 쓰려면 아빠 사이즈를 하나  사야 한다는 것인데, 아빠가  번째 도구를 아직 충분히   있다면 굳이 사지 않아도 된다.  도구는 대략 3개월 정도까지 사용할  있다. 기술적으로는 훨씬 클 때까지 쓸 수는 있다고 하지만, 아기가 커지면 도구가 작기도 하고 아기가 갑갑해하기도 해서 강제 졸업하게 된다.

   번째 도구는 포대기이다. 요술포대기와 전통포대기를 모두 써봤는데, 요술포대기는 아기가 어려 목을 받쳐줘야   매우 유용했다. 정말 요술처럼  잔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머리를 감싸는 것을 갑갑해한다. 마루의 경우 6개월까지 요술포대기에서 요술처럼 잠을 폭 잤. 오죽하면 당시 외출 필수품이 요술포대기였다. 전통포대기는 친정어머니나 이모님들이 선호하는 도구다. 이런 분들은 아기를 기가 막히게  업는데, 업히는  익숙한 아기들은 업혀서 정말  잔다. 전통포대기의 장점은 오래 쓸 수 있다는 . 마루는 18개월이  되도록 졸업할 기미가 다. 가끔 단지 산책하면 포대기에 업힌 대여섯 살 어린이들을 만난다. 할머니들은 다 큰 아기를 포대기에 업어준다. 졸업시킬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번째 도구는 전형적인 아기띠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도구  가장 튼튼하고 하중 분산이  되기 때문에  지나서까지 외출할  챙기게 되는 물건이다. 단점은 부피가 너무 커서 쓰지 않을 때는 짐이 된다는 이다. 그렇다고 아기띠를 두고 간다면 외출할  정말 허리와 팔목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야 한다.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귀찮은, 그래도 없으면 정말 곤란한 물건이다.

  다섯 번째 도구는 힙시트이다. 허리를  가눌  있게 되면 힙시트에 앉을  있다. 마루는 힙시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미끄럼 방지가 있어도 자꾸 미끄러지기도 하고 뭔가 불안정해 보였. 좋아하지 않으니 활용도는 떨어진다. 그래도 없으면 서운할 때가 반드시 있는데 바로 걸어 다니기 시작한 후에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때다. 걸어 다니니 걷고 싶어 하는데 걷다가 힘들어서 금방 안아달라고 하고, 유모차에 타면 동물이나 물고기가  보이지 않으니 불편하다. 그래서 챙기게 되는 물건.

  여섯 번째 도구는 힙시트 유사 아기띠이다. 한쪽으로 비스듬히 안고 엉덩이를 받쳐주는 구조다. 나머지 팔이 자유롭다고 해서 봤는데 나머지 팔로 아기를 붙잡아야 해서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 장점은 부피가 매우 작아서 어디든 들고 가기 좋다는 것인데, 막상 들고 다녔을 때의 활용 빈도는 다른 도구에 비해 적은 . 그래도 없으면 아쉬워서 챙기게 된다.


  안아주기 도구들을 보고 있자면 언제 아기가 이렇게 컸나 싶다. 특히 천 아기띠를 보면 ‘여기 들어갈 수 있었을 때가 있었어?’싶을 정도. 정말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새로운 도구에 (엄마가) 적응할 만하면 자라고,  만하면 (아기에게) 좁아져서 졸업할 수밖에 없는 폭풍 성장의 시기. , 신발도 마찬가지.   사이에 신발이 맞지 않는 것을 보면 (신발값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장난감도 마찬가지.   사이에 장난감을 제법 익숙하게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입에만 넣고 다닐 때의 모습이 아련하다.

  저러다 보면 언젠가는 혼자 자겠다고 하고, 혼자 학교에 가고, 친구 관계로 부모에게 말 못 하는 고민을 하고, 어른이 되겠지. 정말 그 시간이 금방 올 것만 같다.

   사리지 말고 사랑하고 아끼지 말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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