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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an 12.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3. '~가 되면'이라는 말의 진실 (2)

  오늘은 어제에 이어 두 번째 '~가 되면'인 '남이 바뀌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진료실에서 '무엇이 변하기를, 어떤 것이 나아지기를 원하시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답이 바로 남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남자친구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부모님이 나를 이해해 주고 따뜻하게 말해주기를, 친구들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기를, 남편이 먼저 바뀌어주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진료를 타인을 움직이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정신과 진료는 삶의 큰 변화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은 놀라거나 자신의 태도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됩니다. 소중한 누군가가 아플 때, 당연히 그 사람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서 어려움을 해결하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거나,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오시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오지 않은 분의 변화를 도모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가족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결국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좌절하지는 마세요. 치료를 통해 변하는 나의 모습을 겪은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변하거나,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함으로써 상대방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변할 때 그 에너지는 훨씬 강력합니다. 가족치료를 원하셨던 분은, 자신이 먼저 치료받고 자신의 요구를 건강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고 사용함으로써 가족의 변화를 서서히 이끌어내며 훨씬 편안하게 지내게 되셨답니다.


  '~가 되면'의 주어는 언제나 '나'입니다. 하지만 나의 변화는 나 자신에게 이롭고, 운이 좋다면 남의 변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 오늘 내가 '~이 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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