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마루 Jan 13.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4. '~가 되면'이라는 말의 진실 (3)

  오늘은 '~가 되면'의 마지막 이야기인 '내가 바뀌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어제 이야기했듯, '~가 되면'의 주어는 '나'입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변화에 주변이나 세상이 반응하여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것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폭등한 유동성과 갑자기 그리고 급격히 시작한 긴축이라는 분위기 때문일까요. '자신의 몸값을 올려 근로와 기타 소득을 늘리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는 '원화채굴'이라는 단어가 유행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자기 계발 서적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이런 책에서는 대개 일찍 일어날 것, 미리 준비할 것, 예의를 갖출 것, 겸손할 것, 자신만의 능력을 발굴할 것,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확언과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자기 암시와 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이렇게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줍니다. 


  자기 계발 서적은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나태해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살도록 하는 동기를 제공하기도 하니까요. 한편 저는 '모든 것을 나의 의지와 노력'에만 의지하며 살다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자기 자신까지 미워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됩니다. 코로나19가 올지 누가 알았을까요?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이와 소풍을 가려고 미리부터 날짜를 잡고 답사하고 새벽부터 도시락을 싼 날, 예상치 못한 폭우로 쫄딱 젖고 아이는 폐렴에 걸려 입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의지로 병을 극복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자수성가하신 분들이나 성공 경험이 많은 분들일수록 마음의 병을 약이나 타인에게 의지해서 치료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시지요. 그리고 그 의지가 꺾일 때마다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자기혐오는 병을 더 악화시키는 거름이 되고요. 치료에 필요한 일(병원에 가기,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약 먹기)에 의지를 발휘하시기를, 각자마다 회복의 속도가 다른 것을 이해해 주십사 부탁드리지만, 이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현실에는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큼 (또는 그 이상) 많습니다. '~가 되면'의 주어는 '나'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내가 원한대로 상황이 풀리지 않거나 변화가 빠르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너무 못살게 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 되면'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으로 가고자 하는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