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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an 21.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11. 가족이 아픈 이들에게: 우리 함께 공부할까요?

  병원에는 아파서 옵니다. 아픈 것을 낫게 할 처방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끝입니다.

  알아서 잘해주겠지, 괜찮겠지, 믿어주시는 마음은 고맙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됩니다. 본인이 드시는 약을 저렇게 몰라도 되나, 무슨 치료를 받는지 저렇게 관심이 없어도 되나. 자신의 진단에 대해  번도 물어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진단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지 않습니다. 정신과의 진단은 ‘증상 기반으로 내려지고, 상황이 바뀌고 증상이 바뀌면 진단이 바뀌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는 조울증인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조현병이었거나, 초반에는 공황장애인  알았는데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음주로 인한 공황 증상이어서 알코올 의존으로 진단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담자분이 궁금해하시면 설명을 해드립니다. 그리고  진단에 구애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요. 그래야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고민해  기회를 얻기 때문입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아서 치료해 주겠거니, 하는 믿음이 감사하지만, 경과에 대해 궁금해하시고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서 물어봐주시는 가족께는  감사합니다. 치료진은 병원에서 만나는 시간 동안 함께 있지만, 가족은  외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고생하고 있는 병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는 주치의가 추천하는 책보다 온라인에서 접한,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휘둘리는 분은 은 것이 현실입니다. 책을 읽기에는 마음이 조급하고, 온라인의 자극적인 정보는 눈과 귀에 박히지요. 온라인상의 정보가 항상 나쁘다는  아닙니다. 온라인상의 정보는 개인의 경험에만 기반하거나 때로는 근거를 왜곡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출처가 명확한 도서를 먼저 읽고 온라인상의 정보를 확인해 달라는 뜻이지요. 특히 이런 책에는 보호자들이 가져야  마음가짐이나  알아야  병에 관한 지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대처능력을 향상하는 데도  도움이 니다.


  가족이 잘못해서 병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의 태도가 병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암으로 투병하시는 분들이 식이 조절을 할 수 있게 가족이 돕듯이, 마음의 병으로 투병하는 분에게 가족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공부합시다. 공부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꼭 진료실에서 물어봐주세요.

  

* 내 가족이 조현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조현병의 모든 것’ ‘조현병 마음의 줄을 고르다’

* 내 가족이 알코올 의존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에 빠졌다면’

* 내 가족이 도박 의존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어쩌다 도박’ ‘도박중독자, 나의 오빠’

* 내 가족이 마약 의존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뷰티풀 보이(에세이지만 어느 설명서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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