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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Mar 08.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49. 장수하는 결혼 생활의 세 가지 비결

  결혼하면서 ‘아마 우린 이혼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커플은 없겠지만 2021년 통계를 보면 연간 혼인건수가 19만 2507건, 이혼건수가 10만 1673건으로 대략 두 커플이 결혼할 때 한 커플이 이혼을 하는 수준으로 이혼율이 매우 높습니다. 이혼의 가장 많은 사유는 ‘성격 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단어로 각 커플의 내막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결혼을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떤 커플이 오래 결혼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진료실에서 느끼는 세 가지 성공 요인은 신뢰, 관용, 그리고 독립입니다.


  첫 번째는 ‘신뢰’입니다. 결혼은 ‘서약’입니다. 서약은 ‘맹세하고 약속함’을 의미하고, 맹세는 ‘일정한 약속이나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결혼은 새끼손가락 꼭꼭 걸고 하는 약속이 아니라 ‘매우 진지하게, 어떻게든 지켜낼 각오로’ 하는 약속입니다. 그런 약속을 지키려면 서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살다 보면 매력적인 이성이 다가오기도 하고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유혹에 별생각 없이 빠져든다는 것은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가 아니겠지요. 진료실에서는 수많은 불륜과 그 결과를 마주합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불륜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관계가 이 결혼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관계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는 서약의 파기, 신뢰의 실추입니다.


  두 번째는 ‘관용’입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껴안는 것입니다.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또한 장점도 보기에 따라 단점이 되고, 단점도 보기에 따라 장점이 됩니다. 결혼을 결심할 때는 상대방의 코 파는 습관까지도 받아들인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 관용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폭력’ 일 것입니다. 언어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폭력적인 것은 ‘신뢰’와 거리가 멉니다. 폭력은 절대 관용하지 마세요. ‘술 취해서’ ‘욱해서 나도 모르게’ 같은 핑계에 넘어가지 마세요. 술 취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면,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독립’입니다. 같이 사는데 웬 독립인기 싶으시죠? 혼자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항상 같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결혼 초기에 ‘실컷 잘 놀아서 이제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여기가 집이네?’ 하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혼자서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혼자 있을 때의 약간의 적적함과 외로움은 정상적인 감정이고, 다시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줍니다.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어야 상대방에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집착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서로를 지치게 만듭니다.


  돈도, 집도, 직장도 결혼의 성공 요인이 아닙니다. 물론 결혼 생활을 조금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도구는 되겠지요. 하지만 신뢰, 관용, 독립이 없다면 어떤 결혼도 오래가기 어렵고, 행복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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