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마루 Mar 07.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48. 기다림이 어려운 이유

  기다림이 어려운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언제 끝난다'는 것을 알면 기다리는 게 쉽습니다. 주식 시장은 특히 이 '기다림'에 상당히 예민한데요, 조금만 희망적이어도, 조금만 어려울 것 같아도 주가는 기대를 선반영해서 오르내립니다. 이러한 예민함을 기사에서는 '발작'이라는 표현을 써서 표현할 정도이지요.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전망하고 예측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을 기다리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는 노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식 시장이 아니어도 '기다림'은 어렵습니다. 세 살 아이에게 '잠깐만 기다렸다가 하자'고 말해도 잘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잠깐'이라는 개념이 너무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다림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잠깐'의 사전적 정의는 '얼마 되지 않는 매우 짧은 동안'입니다. 하지만 ‘잠깐’은 사람마다, 처한 상황마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화장실이 급한 사람에게 '잠깐'은 '영겁'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잠깐의 기다림’은 어른에게도 어렵지만, 어른은 아이보다 기다림을 학습했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각자의 ‘잠깐’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잠깐의 ‘기다림'이 어려운 이유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 ‘잠깐’이 언제 끝날 지,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식 전문가들이 예상, 전망, 예측을 계속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기다림 끝에 반드시 좋은 게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없다면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좋은 게 온다는 '희망'이 없다면, 소위 '이제 끝났다'라고 생각한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희망이 없다면 기다림은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 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시간입니다.


  우울증이 극심해지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집니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지니 차라리 죽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집니다. 저는 우울증으로 진료를 보시는 분께 '지금은 매우 고통스러우실 것입니다. 지금은  말이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있는 것은 반드시 좋아진다는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의 죽을 것 같은 괴로운 감정은 반드시 좋아집니다. 다만 언제 좋아질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이 죄송할 뿐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찾아 올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살아서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림은 '희망'을 가지고 '불확실함'을 살아내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당신의 기다림에는 어떤 '희망'이 있으신가요?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