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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an 18. 2023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무려 3시간 26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좋아할 영화이고, 책에 관심 없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의외로 '도서관'의 일상만 보여주지 않는다.


도서관이 하는 일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보여주는 한편, 도서관이 시민을 위해 펼치는 다양한 활동이 시민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도 보여준다.


우리는 '공공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한다. 도서관을 활용하는 시민도 적고, 늘 다니는 사람만 다니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어서, 도서관 역시 저절로 시대의 뒷전으로 물러나는 느낌인데, 이럴 때일수록 '도서관'은 문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되어야 한다'는 당위니까, 나의 바람이고, 바람직하다는 희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외관이 화려한 유럽 중세 건물이다. 보자르 양식으로 지었는데, 이 건축 양식은 프랑스 파리의 '에꼴 드 보자르'에서 기원한 것으로, 건축, 인테리어, 가구, 섬유의 통합적 양식을 일컫는다. 


1830년 경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1900년 무렵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건축 양식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건축에서 보자르 양식은 고전적 그리스, 로마 건축 양식에 르네상스 아이디어를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은 질서가 있고, 좌우대칭이 분명하며, 웅장하면서 세밀한 장식이 결합하고, 기념비적인 고전 장식을 사용한 특징을 보인다.


미국에서도 의외로 보자르 양식을 도입한 건축물이 많은데, 규모가 큰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은행, 기차역, 법원, 정부 건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하는 건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강연, 공연, 구인구직 활동, 직업 소개, 문화 예술 동호회 활동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한다.


강연과 공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지식인, 과학자, 교수, 예술가들이 출연하며, 시민들은 이런 공연과 강연을 따로 돈을 내지 않고 들을 수 있다.


미술 전시회, 음악, 연극 공연,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서토론회 등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서관(첫번째는 미국 의회도서관)이자, 세계 네번째로 큰 도서관이며, 공식 명칭은 Stephen A. Schwarzman Building이다. 1911년 문을 열었고, 뉴욕 전역에 지역 도서관(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점자와 음성 도서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장애인을 위한 강연, 점자 도서 만들기, 음성 도서 만들기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장애인은 거의 모두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처지여서 이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점자와 음성도서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알려준다.


뉴욕 공립도서관이 있는 '5번 대로(Ave)'는 특히 유명한 공공 건물이 많은데, 5번 대로 초입에 있는 '중앙공원'을 시작으로,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성 패트릭 대성당', '뉴욕공립도서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매디슨 스퀘어 공원' 등이 좌우에 있다.


뉴욕 공립도서관 바로 옆에는 '브라이언트 공원'이 있어서 시민들이 편하게 쉬는 공간이어서 도서관의 확장 공간이 된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도서관 운영에 관한 자금 확보와 지역(뉴욕)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고민을 동시에 하는데, 도서관은 시 정부가 예산의 50%를 지원하고, 50%는 수많은 기업과 개인(시민)의 후원을 통해 확보한다. 재정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재정과 함께 시민,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시민에게 정보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알려면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안다. '공공도서관'을 공짜로 책이나 빌려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우리 사회에 좋은 '공공도서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하는 좋은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와 관계없지만, 최근에 뉴욕과 관련해 들은 소식 가운데 끔찍한 이야기가 있다. 뉴욕시는 지금 '쥐잡이 전문가'를 특채하는 공고를 냈는데, 뉴욕에 쥐가 너무 많아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의 쥐 문제와 관련해 로버트 설리번이 쓴 '쥐들'이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한 바 있다. 이 책의 자료를 보면, 1960년에 이미 뉴욕시에 800만 마리의 쥐가 사는 걸로 알려졌고, 19세기부터 현재까지 뉴욕시는 쥐와 전쟁을 치르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쥐를 원하는 만큼 깨끗하게 없애지 못했다.


뉴욕시는 쓰레기 파업이 자주 일어나서, 쓰레기들이 골목마다 최소 며칠 심하면 몇 주씩 방치되는데, 쥐는 이런 쓰레기를 먹고 왕성하게 번식한다.


이 뉴스가 눈에 띈 건, 내가 특히 심하게 쥐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쥐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 걸로 아는데, 이번에 책으로 나온 단편소설도 '쥐'를 소재로 한 이유가, 그 트라우마를 좀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여간, '쥐들(생각의 나무)'이라는 책을 보면, 19세기부터 현재까지 뉴욕시에서 쥐에 관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고, 실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은 두 번 갔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아무리 좋은 공공도서관이 있어도. 그러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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