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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Apr 20. 2024

더 스트레인저

더 스트레인저


독특한 연출과 스타일리시한 화면이 돋보이는 멋진 영화. 케이트 키리아쿠(Kate Kyriacou)의 원작 소설 <The Sting: Undercover Operation That Caught Daniel Morcombe's Killer(2015)>를 참고했으며, 소설은 실화(브렛 피터 코완 사건)를 바탕으로 창작했다. 이 소설은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한국에는 번역 출판되지 않은 상태다.

감독은 영화의 흐름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은 처음부터 몹시 혼란스럽고 때론 난삽하게 느낄 수 있으며, 이런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영화 내내 어두운 화면과 맥락을 알기 어려운 대화들, 무심한 듯 보이는 풍경과 날카로운 음악이 관객의 신경을 건드린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날카롭게 긴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삶은 불안하고 불안정해 보인다. 황량한 호주 사막의 거친 모래 바람과 삭막한 풍경, 낡은 건물과 바람에 날리는 마른 풀잎과 쓰레기들, 어두운 불빛과 피곤한 인물의 모습은 영화 내내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나서 남는 이미지는 '흑백영화'를 본 느낌이다. 우울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두 남자의 존재 자체다. 헨리(숀 해리스)는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감했다. 그는 이미 여러 번의 범죄를 저질렀고, 교도소에서 출감했지만 갈 곳 없는 불안정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헨리는 버스에서 우연히 '폴(스티브 모자키스)'을 만난다. 폴은 어느 범죄 조직의 말단 조직원으로 일하고, 갈 곳 없는 헨리는 폴의 도움을 받으며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폴은 조직의 바로 윗선이자 동료인 마크(조엘 에저튼)를 헨리에게 소개한다. 헨리는 조직의 도움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과 두목이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헨리, 폴, 마크, 마크 세 사람이 펼치는 연기는 압권이다. 이 세 사람은 우선 외모부터 남다르다. 이들은 이제 겨우 중년이지만 폭삭 늙어버린 노인처럼 보인다. 그들은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고, 여전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듯한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마크가 아들을 대하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아들을 끔찍히 사랑하면서도 아들을 자유롭게 놓아두지 못한다. 그건 마크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마크는 트라우마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마크의 아내가 보이지 않는 건, 그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내 없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며, 안정된 직업이 아니어서 더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린 아들은 지금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때인데, 아이에게는 엄마가 없고, 특수한 임무를 맡은 마크는 직업으로 해야 할 행동과 아버지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분열한다.


영화 초반을 지나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물이 놓인 상황을 이해한다. 헨리는 감옥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중요한 살인 용의자이며, 폴과 마크는 범죄자로 가장한 경찰이다. 이 영화가 여느 범죄 영화처럼, 형사들이 범죄자를 잡는다는 단선적 흐름을 갖지 않아 특별하다. 영화의 흐름은 범죄자를 잡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과정보다 더 중요하게 각 인물의 내면을 핍진하게 드러내면서, 인간의 고뇌,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범죄자 헨리는 천식 스프레이를 자주 흡입하면서도 담배를 피운다. 그는 '아내'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의 아내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절대 폭력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는 이미 폭력 전과자이며, 늘 쫓기듯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폴은 헨리와 마크를 연결하고 빠진다. 조직에서 폴을 안전하게 돌봐주는 시나리오로, 폴이 영국으로 가는 상황으로 종결하고, 마크와 헨리는 더 가까워진다. 마크는 이혼했고, 아들을 번갈아 양육한다. 마크는 심호흡을 하며 현재의 불안한 심리, 불안정한 마음을 다스리는데, 아들에게도 심호흡 방법을 알려준다.

두 사람은 비슷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지닌 채 긴장한 상태로 지낸다. 헨리는 자신 말고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 그는 감추고, 숨긴 과거가 있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되는 심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마크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춰야 하며, 조금이라도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해야 하며, 이 모순된 상황이 긴장을 만든다. 헨리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관객은 영화 중간이 넘어가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이해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중성과 중층적 모습을 내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 어떤 상황에 놓이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헨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과거에 그가 저지른 범죄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다른 사람이 되고픈 심리와 다르게, 그가 했던 과거의 행동은 여전히 그를 지배한다.

마크는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정체성 갈등을 겪는다. 마크의 내면은 피폐하고, 영혼은 바삭하게 말라 바스라지기 직전이다.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어쩌면 그는 잠입 근무를 하는 특수부 형사이기 때문에 아내와도 이혼했을 걸로 보인다.

개인 각자가 놓여 있는 상황 - 여기서는 형사와 범죄자 - 에서 진실(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더 크고 두터운 거짓말의 건물을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크는 영혼을 다치고, 내상을 입는다. 이 사건에 매달린 경찰은 수십 명이며, 무려 8년 동안 범인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라 헨리를 끌어들인 이후 긴장이 극대화 하고 있다.

마크가 헨리 곁에서 공작하는 동안, 뒤에서는 수많은 경찰들이 새로운 증거와 증인을 찾아내고, 관련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다시 검증하며, 헨리와 나누는 대화는 모두 녹음되어 증거 자료로 쓰인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범인의 알리바이가 비어 있는 틈을 발견해야 하고, 범인이 꼼짝할 수 없는 정황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 경찰로써는 매 순간 피를 말리는 작전의 긴장감이 곧 영화의 스릴이다.


범죄자를 추적하는 경찰 수사 영화지만, 그보다 더 많이 각 인물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내면의 갈등, 번뇌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영화다. 사소한 다툼도, 욕설도 나오지 않지만, 개인의 내면에 발생하는 깊은 상처와 통증이 영화를 이끌고 있으며, 헨리가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경찰의 사실 보고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객관화 하고 있다.

헨리가 자기 입으로 범행 과정을 서술할 때, 그 자체로 결정적 증거가 되면서, 한편으로 범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헨리는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스스로 설명하며, 범행 경로를 다시 따라간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서 있던 버스정류장의 그 가로등 아래 8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게 되고, 한쪽 다리를 접은 그 장면은 결정적 증거를 상징한다.


마크의 무겁게 가라앉은 눈물은 우리가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가진 인간이라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눈물의 의미와 눈물의 무게는 마크의 삶 전체를 반영한다. 마크가 경찰 그것도 가장 힘든 임무인 침투 근무를 하면서, 자신의 본 모습과 임무를 위해 만든 가짜 인격 사이에서 분열하는 자아를 느끼며 고통을 받은 시간들, 어린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미안함과 아버지로서의 자신 모습에 불만을 느낀다.

무려 8년의 시간을 들여 마침내 범인을 잡았고, 그 시간의 무게만큼 자신을 짓누르던 책임과 부담에서 벗어나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격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헨리 같은 범죄자가 있고, 마크 같은 멋진 경찰이 있다. 때로 악이 이기는 듯 보이지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자체가 그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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