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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l 06. 2024

더 킬러

더 킬러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작품. 미니멀 하드보일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로,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까워서 두 번 또는 그 이상 보게 되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한데, 암살에 실패한 주인공 킬러가 자신과 자신의 여자 친구를 죽이려는 누군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사건의 발단은 주인공이 암살에 실패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보다는 암살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그의 태도와 생각이 영화의 본질이다. 또한 이 영화는 '살인'을 보여주지만, 그건 일종의 메타포일뿐, 이 영화는 한 중년 남성이 살아가는 방식을 매우 정교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킬러'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가 여러 명의 가명을 쓰며 세계를 돌아다니는 건, 바쁘게 살아가는 샐러리맨을 상징한다. 보통의 중년 남성은 한 가정을 책임지고, 가족을 위해 날마다 움직이고, 주어진 업무를 위해 많은 시간 일해야 한다.

그는 파리, 도미니카 공화국, 뉴올리언스, 플로리다, 뉴욕, 시카고 등을 돌아다니며 자기 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한다. 그는 자기만의 은신처인 임대 창고에서 잘 정리, 정돈된 물건들 사이에서 여권과 신분증을 꺼낸다.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총기가 있고, 당장 떠날 수 있는 여권과 신분증, 신용카드와 현금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이건 영업사원이 일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킬러가 움직이는 동선과 행동이 완벽하게 미니멀하게 보이는 건,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며, 최소한의 행동으로 과장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장 짧은 경로를 통해 목적을 이루려 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암살을 준비하는 킬러의 태도는 마치 수도승처럼 절제된 모습이고, 행동은 간결하며, 완벽한 자기 철학을 독백한다. 하지만 암살이 실패하고, 그는 당황하지만 이후 그가 보이는 태도는 자신의 철학을 지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주인공 킬러는 완벽한 인간일까? 그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늘 실패한다. 그는 몸에 남은 화약 냄새를 지우지 못해 불안해 하고, 그의 애인이 있는 자기 집의 위치를 숨기지 못했다. 결국 그가 암살에 실패한 이후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그가 완벽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자업자득이다.

'킬러'는 미니멀한 삶을 추구한다. 그는 요가를 하고,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지만, 번(빵)은 버리고 속에 든 재료만 먹는다. 

그의 경력에서 지금까지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했지만, 단 한 번의 실패로 그는 모든 걸 잃을 위기에 놓이고, 실제 그의 애인은 죽기 직전에 이르고, 그의 집은 엉망이 된다. 여기서 '킬러'와 그의 애인이 머무는 집은 '킬러'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킬러'의 집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닷가에 지은 집인데, 그 집은 전통적인 주택이 아니고, 철저하게 미니멀하게 설계해 지은 모던하우스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호화주택이고, '킬러'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그가 성공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을 '암살'하고 얻은 대가로 이렇게 호화로운 집과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건,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상징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려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이건 모든 경쟁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절대 명제가 된다.


이 영화를 완전히 뒤집어 읽으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즉, 주인공 '킬러'가 암살에 실패한 이후, 그에게 닥친 위기는 그가 자초한 결과이며, 따라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킬러'는 이 사건은 물론, 자신과 관련된 비즈니스 파트너를 모두 살해한다.

'킬러'는 자신이 외부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인물이며,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은퇴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안하다. 그는 자기가 소유한 막대한 부를 잃을 생각이 없으며, 누군가 자기 뒤를 은밀히 좇거나 해치려는 어떠한 시도도 완벽히 차단하려 한다.

그렇다면, '킬러'의 암살 실패는 우연한 실수였을까, 아니면 킬러의 치밀한 계획이었을까 묻게 된다. 암살이 우연히 실패했어도, 킬러가 치밀한 계획을 세웠어도, 결과는 하나다. 그건 주인공 '킬러'가 바라는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하며, '킬러'는 자기가 원하는 걸 완벽하게 얻는다.

영화 앞 장면에서 '킬러'의 타겟이 되는 인물은 중요하지 않다. 즉, 그는 영화 시작하면서 곧바로 죽을 인물이고, 죽어야 하는 운명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킬러'의 실수로 살아난다. '타겟'은 이후 단 한 번도 화면에 나오지 않지만, '킬러'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는 자기를 죽이려는 인물과 배후를 추적하고, 복수를 시도한다.

'킬러'는 자신이 쫓기는 과정에서 '타겟'이 복수해야 할 대상을 모두 제거한다. 즉, '타겟' 대신 복수를 하는데, 이건 '타겟'과 '킬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렇다면, '킬러'는 이 계획을 마지막으로 '킬러'의 세계에서 떠날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는 '타겟'과 은밀하게 거래해 더 많은 돈을 받고 암살에 실패하는 한편, '타겟'을 암살하라고 사주한 자와 그의 요구를 들어줄 다른 '킬러'들을 모두 찾아서 살해하면서, '타겟'의 요구를 들어주는 한편, 킬러 자신의 뒤를 쫓을 다른 '킬러'와 연결 브로커(변호사)를 모두 처리하면서 안전하게 된다. 즉, '킬러'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결과를 만든 셈이다.

'킬러'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사람은 이 모든 사건을 만든 최초의 '발화자'이자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상위 0.001%에 들어가는 갑부다. 그는 천문학적 돈을 굴리는 사람이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엄청난 돈을 퍼붓는 사람이지만 그도 '킬러'의 잠입을 막지 못한다.

'킬러'는 그를 살려두는데, 그건 그를 살해했을 때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를 살려둔다고 '킬러'에게 어떤 위험이 닥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데, 그건 그 '발화자'가 복수에 눈 먼 사람이 아니고, 돈을 물 쓰듯 쓰면서 누군가를 살해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킬러'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평온을 찾는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극소수'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에 속한다고 독백한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마무리 하고,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왔다. 그 과정을 가능한 깔끔하게 마무리 하려는 과정을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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