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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n 08. 2018

고양이, 외계에서 오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이제는 스스로 고양이의 '집사'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양이는 도도하고 건방진 태도로 자신의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집사가 마련한 음식을 먹는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스로 똥오줌을 잘 가리고, 늘 깨끗하게 자신을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즐, 일부러 돌봐주려 하지 않아도 되고, 방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생활이 풍요롭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시크한 눈빛과 태도는 강아지의 애틋한 눈빛과 달라서 오히려 매력으로 느낀다. 소리없이 다가왔다 사라지는 고요한 움직임, 밤이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어둠에 묻혀 가만히 어둠을 응시하는 침묵, 창문 바깥으로 훌쩍 사라졌다 나타나곤 하지만, 정작 어디에 다녀왔는지 알 수 없는 신비함이 고양이를 더욱 매력있게 만든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정작 고양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존재인지는 알지 못한다. 고양이를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건 과학자들의 명백한 오류다. 고양이는 호랑이나 사자와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자, 고양이는 '동물'이 아니다. 고양이가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양이는 인간들과 섞여 살고 있지만, 약 20만년 전 우주에서 지구에 도착한 생체로봇이다. 고양이를 지구로 보낸건 당연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지성이 있는 존재였는데, 목적은 지구 탐사였다. 이들은 지구에서 약 10광년 떨어진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에 살고 있고,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보다 빠르게 진화했다. 그들의 과학기술이 다른 행성으로 탐사를 나설 정도로 발달하기는 했어도,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항성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를 발견했고, 지구에 생명이 살고 있을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지구의 대기는 그들이 호흡하기에는 위험할 정도로 산소농도가 높았다. 지구의 산소농도는 약 12%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다. 산소농도가 가장 높을 때는 약20%였고, 이때 많은 생물이 멸종했다. 산소농도는 매우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어서 지구에서 진화는 산소농도가 높을 때는 거대생물체가 나타났고, 산소농도가 줄어들면서 생명체들의 크기는 조금씩 작아졌다.

외계 행성인이 살고 있는 별의 산소농도는 약 2%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대신 질소의 농도가 지구보다 높았다. 이산화탄소의 농도 역시 지구보다 훨씬 높아서 이 별의 생물은 크기가 작았다. 외계 행성인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별보다 나은 환경의 별을 찾기 위해 생체로봇을 개발했고, 작고 귀여운 동물을 만들었다. 그들은 작은 우주선에 생체로봇을 태워 지구로 보냈고, 지구에 도착한 아홉마리의 생체로봇-우리가 '고양이'라고 부르는-은 지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외계 행성인은 생체로봇에 발신기를 장착했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지구에서 외계 행성인이 살고 있는 별로 전해졌다. 그들은 약 20만년 전부터 인류를 관찰해 왔고, 생체로봇의 눈을 통해 인류의 진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은 깬석기시대의 미개인류부터 현재의 인류까지 관찰하고 있으며, 그 관찰 데이터는 그들의 '서버'(우리가 말하는 컴퓨터 서버와는 다른)에 저장되고 있다. 

집안에서 고양이는 인간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들의 모습을 전송하는데, 그것은 지금 우리가 CCTV를 보는 것처럼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도 정작 인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생체로봇(고양이)은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서 극지방을 제외한 지구 전체에 퍼져나갔고, 그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외계 행성인이 즐기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다. 그들은 인류가 미개할 때, 수렵과 채취로 생존하던 때부터 인간들이 저지른 온갖 행위와 지극한 사생활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고양이라고 불리는 생체로봇이 자기 자신의 사생활을 외계인에게 생중계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외계인은 그 생방송을 보면서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고양이가 낮에 잠을 자는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함이고, 밤에 활동하는 것은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행동이다. 지구에서 전파탐지기에 잡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전파의 정체가 바로 이들 고양, 아니 생체로봇들이 외계로 발신하는 전파라는 것을 히틀러 정권의 독일과학자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미군에 의해 사살당하고, 자료는 모두 폐기되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극소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의 눈빛이 기분나쁘다고 말하는데, 고양이의 눈빛을 본능적으로 카메라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행성에서 10만년 전에 도착한 외계인으로, 지구인과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지구에 온 목적은 고양이와 같다. 지구에 미개인들이 살던 때부터 이들 역시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고양이의 정체를 어렴풋 알고 있었다. 이들, 외계지구인들은 고양이가 자신의 정체를 다른 행성으로 전달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고양, 아니 생체로봇을 쫓아내거나, 고양이가 없는 곳으로 옮겨다닌다. 

고양이는 지구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번성하고 있으며, 인간을 매개로 지구 전역에 퍼져나갔다. 지구 환경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이미 충분히 외계 행성으로 전달된 지금, 외계인은 산소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머지않아 지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들은 지구가 비교적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불과 수천 명에 불과했던 인간이 70억명으로 늘어난 것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인간의 증가를 조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구에 살 수 있는 적절한 인간 개체는 약 5억 명 정도라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그것은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고양이의 숫자와 비슷한데, 고양이와 인간을 일대 일로 매칭해 관리할 수 있으며, 지구 환경의 컨디션이 최적을 유지하는 조건에 맞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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