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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5. 2015

미국 여행기 11 – 캐나다로 여행

여행을 말하다_011

미국 여행기 11 – 여행 다섯째 날
2014-09-01 월요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9월 첫 번째 월요일이 ‘노동절’입니다. 미국은 그렇다 해도 캐나다는 왜 미국과 같은 날짜에 ‘노동절’을 지정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가 토론토 시내를 여행하는 날이 바로 캐나다의 노동절이었습니다. 아침에 호텔에서 역시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모두 챙기고 나와 토론토 시내에서 토론토 대학을 찾아가려 할 때, 토론토 시내를 행진하는 노동 단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토론토 시내를 행진하는 노동자들

그들이 도시 한 가운데를 행진할 때, 경찰들은 도로를 통제하고, 퍼레이드 행렬이 안전하게 행진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선진국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모이긴 합니다. 지난 노동절(5월 1일)에도 서울역 광장에 약 1만 명 정도의 노동자가 모였고, 기념행사를 한 뒤, 서울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였습니다. 
그나마도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에게나 ‘노동절’을 ‘기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뿐이고,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절’에서 일을 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한국 노동자들은 살아갑니다.
미국에서는 ‘노동절’을 Happy Labor Day라고 합니다. 이들이 습관적으로 ‘해피’를 붙이는 것은 알고 있지만, 노동자의 날을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미국이나 캐나다가 노동자들을 한국보다는 덜 천대하고 덜 멸시하고 덜 억압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진> 토론토 대학의 한 건물

토론토 대학도 넓게 퍼져 있어 대학을 모두 돌아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토론토 대학의 교정을 둘러보고, 한국의 대학과는 어떻게 다른가 살펴보고, 대학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먼저, 대학교의 넓이에 놀랐습니다. 그 넓은 곳을 걸어서 강의를 들으러 다닐 수는 없고, 자기와 관련 없는 전공과목이 아니라면 대학 다니면서 한 번도 못 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토론토 대학을 구경하던 날이 마침 신입생들이 기숙사에 입주하는 날이어서, 많은 학생과 그의 가족이 차에 트렁크를 싣고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이렇게 멋진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사진> 구글 지도에서 본 토론토 대학의 모습. 약간 짙은 색 부분이 대학 캠퍼스.


<사진> 토론토 대학 도로에 붙어 있는 안내판. 위 지도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토론토도 도시 전체가 거의 평평한 지형이어선지, 시내를 다니면서도 거의 굴곡 있는 도로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토론토 대학 역시 마냥 넓은 평지 위에 건물들이 들어 서 있어서, 자전거가 있다면 신나게 돌아다닐만 했습니다.


<사진> 토론토 대학 로버트 도서관

고풍스러운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이 ‘로버트 도서관’은 현대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었습니다. 건물 디자인 자체는 튀는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주변과 어울리고, 조형미가 뛰어나서, 멀리서 이 건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질 듯 합니다.


<사진> 중세의 성 같은 대학 건물

대학 구경에만 너무 오래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걸어서 한 바퀴를 돌고 나왔습니다. 이날 마침 신입생들의 환영회 행사도 있었는데, 기숙사 단위인지, 학과 단위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분장을 하고 팀으로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청춘과 대학이라는 자유와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해 한껏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토론토 대학은 세계 대학 가운데 20위를 했다는군요. 서울대학교가 50위, 카이스트가 52위인 걸 보면, 토론토 대학의 위상을 알 수 있겠죠?


<사진>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우리는 토론토 대학을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박물관 입구인데, 건물 디자인이 쉬르 레알리즘을 적용한 것 같이 상당히 첨단의 모습입니다.


<사진>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오래 된 성당 건물. 

박물관 맞은편에 오래 된 성당 건물이 보이는데, 교회 이름은 Church of the Redeemer이라고 합니다. 건물은 1871년에 지어졌고, 처음 지어졌을 때의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는군요. 물론 지금도 이 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도 본답니다.
이 교회가 세워질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변화가 있는 거죠. 당시 교회 주변은 거의 건물이 없었던 드넓은 땅과 적은 집이 있는 마을 뿐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시내 한복판에 원형을 유지한 오래 된 건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사진>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벽에 걸린 ‘중국 황제 특별전’ 안내

우리가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에 간 날이 마침, ‘중국 황제 특별전’의 마지막 날이었고, ‘중국, 일본, 한국 특별전’도 하는 날이었습니다. 
박물관이 아주 넓지는 않았지만, 역시 박물관답게, 백악기 공룡부터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사진> 박물관 로비에 서 있는 공룡 화석

박물관에서 사진은 여러 장 찍었지만, 너무 장황해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을 온라인으로 보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rom.on.ca/en

박물관을 나오는 쪽에 기념품점이 있는데, 기념품 종류도 다양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한 두 가지는 구입할 수 있도록 매력 있는 상품들을 갖춰 놓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케팅은 한국의 박물관들이 꼭 보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물관을 나와 다음 들른 곳은 ‘켄싱턴 마켓’이었습니다.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이나 켄싱턴 마켓 모두 토론토 대학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켄싱턴 마켓’이라서 전통 시장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켄싱턴 마켓’은 지명입니다. 토론토 대학 바로 옆에 있긴 하지만, 이곳은 토론토의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낙후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물들도 오래되어 낡았고, 서민들이 사는 곳이며, 외국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이 특히 많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에 온갖 화려하고 멋진 그림들을 그려 놓았고, 거리에는 온통 가게, 카페, 음식점, 구멍가게 등 거의 모든 건물이 물건을 팔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시장’은 아니지만 상점 거리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서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밤에는 혼자 다니기에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은 아니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겁이 날만 합니다.
우리는 켄싱턴 마켓 입구에 있는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리를 걸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피자집이 눈에 띄어서 들어가 주문을 했습니다. 조각 피자도 팔고, 한 판 피자도 파는 집인데, 주인이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옆에서는 아들로 보이는 소년이 바쁜 손길을 도와주고 있고,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뒤이어 사람들이 여럿 들어와 주문을 하더군요.
우리도 피자 한 판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앉을 만한 자리도 없습니다. 조각 피자를 들고 서서 먹는 간이 음식점인 셈이죠. 


<사진> 우리가 들렀던 피자집

기다리는 사이에, 처제가 피자를 만드는 이탈리아 주방장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에서 왔나? 이탈리아. 이 가게는 언제 열었나? 지난 주. 말하자면 신장개업 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새 가게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허름해 보여도 분명 맛은 있겠다고 판단했고, 우리의 판단은 잘 맞았습니다. 즉석에서 구워 준 피자는 진짜 이탈리아에서 먹는 것처럼 맛있었습니다. 워낙 피자가 막 구워 나온 것은 다 맛있기 마련이지만, 여기 주방장은 손맛이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아니면 재료들이 좋던가.
피자를 맛있게 먹고, 다시 거리를 걸었습니다. 수 많은 거리의 상점들은 저마다 개성이 넘쳤고, 이민자들을 위한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들이 보였습니다. 멕시코, 인도, 쿠바, 남미 쪽 여러 나라들의 음식점들은 한 번씩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사진> 나무로 만든 오래 된 전신주

켄싱턴 마켓 거리는 건물들만 오래 된 것이 아니라 위 사진처럼 전신주도 오래되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나무로 된 전신주를 선진국 캐나다의 대도시 토론토에서 보다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사진> 젤라또 가게

길을 걷다가 우리의 눈길을 끈 가게가 있었으니, 바로 ‘젤라또’ 가게였습니다. 예전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눈에 띄기만 하면 무조건 사 먹었던 바로 그 젤라또, 아이스크림이었죠.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무조건 들어가서 젤라또를 주문하고, 달달한 치즈 케익도 주문했습니다. 오늘이 마침 아들 생일이었거든요. 젤라또와 함께 아들 생일도 축하하고, 토론토의 시내 관광을 즐겼습니다.


<사진> 젤라또와 치즈 케익

시내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어느새 오후의 햇살이 길어지는 걸 느끼고는, 토론토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미국 동부 여행 일정이 있었는데, 이 일정이 조금 빠듯하게 되어 있어 해가 지면 운전을 해서 목적지로 향하기로 한 것입니다.
비록 목적지까지 도착하지 못한다 해도, 근처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약하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는 토론토의 켄싱턴 마켓에서 출발해 몬트리올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어제 우리가 갔던 도로를 다시 따라가야 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천섬’으로 갔던 바로 그 길을 따라 락포트를 지나고 휴게소에 들러 간단하게 저녁 요기를 한 다음, 휴게소 직원에게 가까운 곳에 숙박할 곳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서 가게 된 곳이 ‘콘월’이었습니다. 
콘월은 몬트리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시로,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세인트 로렌스 강을 끼고 있습니다. 콘월을 지나는 고속도로 가까운 곳에 여러 개의 숙박시설이 있었고, 우리는 두 곳을 가서 본 다음, 한 곳을 선택해 들어갔습니다.


<사진> 토론토에서 콘월까지의 운행 지도

숙박비는 숙박 시설에 따라 제법 차이가 있어서, 서로 비교해서 값싸고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시에서 먼 곳일수록 숙박비는 당연히 싸고, 대도시와 가깝거나 대도시에서는 숙박비도 비쌉니다.
우리는 숙박비가 쌀 때는 방 하나 당 100달러부터 비쌀 때는 160달러까지 여러 곳의 여관(Inn)에서 묵을 수 있었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중간 정도 수준의 깨끗함과 안락함은 보장되는 듯 했습니다.



<사진> 콘월의 한 여관(comfort inn)에서

여관에서 자는 동안 불편한 것은 딱 한 가지, 에어컨 소리였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에어컨 시설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냉난방이 함께 되는 기계였는데, 에어컨을 켜고 자면 소음이 너무 심해서 어떨 때는 잠을 잘 못잘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기계 장치는 우리가 갔던 거의 모든 여관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런 소음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고 신기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 늦게까지 운전을 하면서 도로 위를 달려와야 했기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피곤해서 눕자마자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래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7시 반에 눈이 떠졌으니 신기한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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