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여 의 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서울의 맨하탄이라고 떠드는 여의도
한여름 눈부신 햇살의 이글거림에
검은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열기 피어오르고
불쑥 불쑥 솟아오르는 고층 아파트
화려한 모양을 늠름한 위용을
상류츠의 권위와 체면의 낯번드르함을
보기만 하여도 주눅들게 하누나
단칸방에서 세식구 비비적거리며
기지개 한번 맘놓고 못하는 단칸방에서
말이 좋아 재래식인 냄새나는 뒷간에서
훤하니 시야가 툭 터보인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산꼭대기 비탈 판자집에서
산사태로 해마다 수 십명씩 죽어나가는
포크레인에 찍혀 잘리워진 사람의 팔다리를 보면서
산사태와 축대 무너짐을 두려워하며
밤 새 방안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받아내며
세상에는 그런 호사스런 곳도 있음을
알기때문에 더욱 주눅드는구나
모래땅 허허벌판 땅콩밭에
콘크리트 기둥 수 없이 박고
기초에서 완공까지 지하에서 십오층 옥상까지
벽돌마다 나의 땀이 배었고
시멘트 모래 섞을 때마다
나의 배고픔과 가난의 서러움도 함께 섞었다
힘겨운 근육은 툭툭 불거지고
벌거벗은 등에서 허물이 벗겨졌다
손등은 수없이 멍들고
철거작업 때마다 대못에
발바닥 성할 날 없었고
매순간 찾아오는 안전사고로
나의 동료들은 죽거나 병신이 되어
한많은 노가다판을 떠나곤 했다
여의도 육삼빌딩 33층에서
상쾌한 에어콘 바람을 맞으며
음악에 맞추어 몸을 푸는 유식한 자여 !
60평형 맨션아파트에서
외제물건에 둘러싸여 안정을 말씀하는
고상하고 고상하신 귀족들이여 !
저 아래 개미처럼 꿈지럭거리며
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당신들의 안정된 위치를 행복으로 생각할
잘생기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
우리는 아직도 여기 여의도에 남아
우리의 노동으로 빌딩을 세우고
당신들의 고상한 생활을 위하여
달궈진 철근에 어깨죽지를 상하며
허리 꺽이는 함마질과 목도로 휘청거리며
우리가 세워놓은 거대한 여의도를
기가 질려서 쳐다보다가
무언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여의도가 땅콩밭이었을 때
우리집은 단칸 전세방이었다
지금 여의도는 빌딩의 숲으로 변했고
나는 여전히 단칸 전세방에 산다
나의 땀흘린 노동은 누구를 위함인가
우리의 피와 땀 섞인 저 건물은
우리를 외면하고 모른체하고
그리고 그 속의 하얀 손 가진 사람들
우리를 천하다 멸시하며 콧대세우고
우리는 뜨거운 땡볕아래서
열두시간 막노동 피를 흘리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고급 맨션 아파트와
산꼭대기 판자집 단칸방을 비교하며
가난한 삶은 나의 무지와 게으름에 있다고 생각할까
당신들은 박수치겠지 바로 그것이라고
민주사회는 기회의 균등이 있다고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바보라고
하지만 우리는 출발선부터 틀리다는 사실을 안다
자본가의 자식과 노동자의 자식은
출발선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안다
우리의 가난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호도하지 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조직적 착취, 제도적 폭력 속에서
있는 자들을 위해 피를 빨리며 살아온 과거를
산꼭대기 판자집 단칸방으로 확인한다
여의도 너른 광장을 지나며
한낮의 뜨거운 열기로 땀에 젖어 걸으며
우리의 노동으로 세운 빌딩의 숲을
우리의 도끼로 모두 잘라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잘못 심어진 나무에 기생충 달라붙듯
더러운 떨거지들 없애기 위해
깨끗이 벌목을 하고 불을 질러
다시한번 평평한 대지를 만들고자 한다
그 위에 다시 우리의 노동이 빛나고
이제는 우리의 노동으로 절망하는 일 없이
우리들 스스로의 건물을 세우는 것이다
쳐다보며 주눅들던 어리석음도
바라보며 분노하던 쓰린 마음도
우리가 우리의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당한 우리의 것을 빼앗기며
착취 당하고 억압 당하고 기만 당하며
수 없이 속아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잘라내야 할 것은 잘라내고
무너뜨릴 것은 무너뜨리고
갈아엎을 것은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의 정당한 삶을 위하여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