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불면의 밤
중생대의 지층에서
화석으로 누워있을
디노사우르스 갈비뼈를 헤아리다
자정의 문을 두드리는 종소리
여기는 어느 이방인의 고향이냐
향기없는 꽃이 피고
언덕마다 십자가로 세워진
이름없는 사람들의 무덤
낮과 밤이 바람으로 흐르고
아우성치는 폭풍우와 흐느낌
흐느끼며 일어서는 만삭의 일출
아니,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솟아오르는 것들은 전부
일어서는 것들은 죄다 무등의 언덕
피빛 진달래로 피고 흐드러지게 피어
디노사우르스 척추뼈에 붉은 물이 든다
지구의 절반 저쪽에서 빛나는 해는
새벽만큼 가까워지고
새로 한시의 여운은 신음처럼 길다
어둠 속에서 맥박처럼 들리는 소리
귀 기울이면 겨우 생각난 듯 북소리
조금씩 가깝게 그리고 크게 소리, 북소리
백두에서 울리는 분노의 함성일까
한라에서 부딪는 탄식의 한숨일까
북소리 점점 크고 빠르게 아아 들린다
가슴을 때리듯 뻐근하게 아파오는 소리
북소리 울린다 이 땅위에
숨죽여 누워 있는 것들이 일어나고
쓰러져간 넋들도 깨어나고
척박한 땅 위를 떠돌던 혼백들
서럽게 죽어간 이 시대의 사람들
눈부신 하얀 소복입고 모여 춤춘다
흐느끼듯 어깨춤 옷자락 펄럭이며
진양조 느린 슬픔에서 일어나
경쾌한 자진모리 가락으로 오른다
흥이 오른다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들
고통을 딛고 살아나는 혼과 강산이야
산과 강이 일어서고
백의의 넋들이 일어서며 어우러진다
모두가 하나됨의 춤으로 기쁨으로
북소리 가슴에서 뜨겁게 뜨겁게 울린다
육신은 뼈대에서 녹아내려 흙이 되고
나는 하얀 골격으로 누워 사물을 본다
중생대의 지층 위로 우리의 역사는 살아
지금도 구들장 아래 어느 지층에서
붉은 상투로 누워 있는 자랑스런 조상이여
오늘의 시대가 또 하나 지층으로 남을 때
나는 부끄러운 조상으로 살았음을 고백하겠네
그리하여 지금 불면의 날들을 지새운
충혈된 눈으로 역사의 한줄기 뿌리가 되어
썪어지는 살과 검붉은 흙으로 남겠네
삼천리 강산 길게 누운 흙으로 남아
기쁜 잠을 자겠네
깊은 잠을 이루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