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명품
NT Cutter pro A - 컷터칼
직장인들은 책상 위에 사무용 칼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학생들은 필통에 연필깎이 칼이 하나쯤 있을 터이다. 흔히 '연필깍이 칼'로 통칭되는 소도구에 불과하지만, 디자이너에게 있어 좋은 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싼 값을 주더라도 품질이 좋은 칼을 찾으려 노력한다.
필자도 1980년대 중반부터 잡지사 일을 시작하면서 품질 좋은 컷터칼을 애타게 찾았고, 편집 일을 하지 않는 지금도 좋은 컷터칼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다.
어느 분야, 어떤 제품을 불문하고 좋은 제품은 단순하다. 굳이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단순한 디자인과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이 결합된 뛰어난 조형미를 갖추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컷터칼 역시 단순하면서도 컷터칼로서 갖춰야 할 장점은 모두 갖추고 있는, 생활 속 명품의 반열에 오른 제품이다.
NT Cutter를 창업한 이바타 요조(井畑養三)는 처음부터 커터칼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1948년에 전사인쇄용지를 만드는 종이제조업을 시작했다. 이후 전사인쇄용지 사업은 번창해서 주식회사로 커지는데, 1959년에 지금의 컷터칼의 효시인 NT커터를 개발해 특허를 받고, 상품으로 만들게 된다.
이때 최초로 만든 컷터칼의 원형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후 개량을 거듭한 NT커터는 세계의 각종 발명전, 상품전시회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수출을 시작하게 되었다.
1980년대 들어 편집, 인쇄 방식에 개혁이 일어나면서 전사인쇄용지의 매출이 격감하자 이바타 요조는 종이인쇄업을 중단하고 NT커터의 제조, 판매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1988년에는 회사 이름도 'NT주식회사'로 바꾸고 1961년 이후 꾸준히 만들어 오던 NT커터를 단일 브랜드로 생산한다.
일본이 정밀기술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독일과 일본은 정밀기술에 있어 쌍벽을 이루고, 그런 기술이 오늘날 세계 상위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다.
우습게 보이는 사무용 칼 하나도 완벽하게 만드는 일본인들의 집념은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다.
필자는 지금도 이 칼로 연필을 깎는다. 좋은 도구는 사용할 때마다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