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이상형

새로운 얼굴

by maru

마루는 언젠가 지인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남자고 여자고, 가장 좋아하는 이상형이 누군지 알아?

얼굴예쁘고 잘생긴 사람? 몸매 좋은 사람? 성격좋은 사람? 아니야"


"그럼 누군데?"


"뉴페이스. 새로운 사람이라는 거지"


마루는 이말에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오늘 마루의 교실에 '실습생'이 오기 전까지는!




매년 이맘때쯤, 즉 연초에는 졸업을 앞두고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 현장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

유아교육과 학생들에게 문의가 온다. 몇일 전 어김없이 마루는 실습생 관련 문의 전화를 받은 직후였다.


'아니, 애들 가르치기도 힘든데 실습생까지 가르치라고? 이 시기에? 이 전쟁통에?'


속으로 투덜거리며 전화를 끊지만, 사실 마루는 거의 매년 실습생을 받고 있었다.

실습 지도교사를 하면 받을 수 있는 점수 때문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해야만 하는 의무처럼 느껴졌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면 얻게되는 2급 정교사.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일정기간 경력을 채우면 받게 되는 1급 정교사.

1급 정교사가 된다는건

'자 이제 경력이 찼으니, 초임이라는 핑계는 집어치우고 너의 몫을 하렴'

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예비 교사인 실습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올해도 근처 대학 유아교육과에서 실습생을 받아줄 수 있는지 문의가 온 터였고,

마루는 지도교사를 물색하기 위해 연수실을 쓰윽- 한번 둘러보며 물었다.


"선생님들~! 혹시 실습생 받고 싶은 선생님 있나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사실, 실습생을 받는다는게 말이 쉽지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막내교사가 아쉽다는듯이 마루를 놀리는 투로 말했다.


"부장님, 저는 실습생 받고는 싶은데, 1정이 아니에요"


마루는 막내의 놀리는 말을 알아채고 웃으며 받아쳤다.


"에헤이. 나때는 2정하고는 겸상도 안해줬는데 말이야!"


연수실 분위기가 푸스스하고 풀어졌다.


'뭐 어쩔 수 없네. 올해도 내가 받아야지.'


이렇게 누구는 자격이 안되고, 누구는 결혼때문에 바쁘고, 누구는 아직 실습생 받을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서- 결국 돌고 돌아 마지막에는 마루에게로 실습생이 배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실습생이 오는 첫날이었다.

앞으로 4주동안 마루의 교실에서 마루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찰하며 지낼 학생이 오는 것이다.

아이들을 부르는 태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까지-

제 3자의 입장으로 관찰 당한다는 생각이 들자 매년 받는 실습생임에도 괜히 한번 더 긴장이 되는 마루였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마루 혼자 외롭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맞이하지 않았다.

옆에 실습생을 달고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활짝 웃는 얼굴로 아이들과 인사하며 등원맞이를 했다.

아이들은 낯선 인물을 보고는 교실로 들어오기 전 한번 주춤- 했지만,

이내 새로운 얼굴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마루에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둥 하며 관심을 보였다.

등원을 모두 마친 후 아침 인사시간.

마루는 아까부터 껌딱지처럼 마루옆을 맴도는 실습생을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함께 지낼 학생선생님이에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우리 도담반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려고 오셨어요."


아이들의 눈이 마루를 볼 때보다 초롱초롱 한 것 같았다.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 누나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 앳된 얼굴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듯 했다.

마루는 질투라고는 인정하기 싫은 이상한 감정을 애써 감추며 웃었다.

곧이어 실습생이 앞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인삿말을 건냈다.


"안녕. 나는 도담반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온 '학생선생님'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간단하고 명료한 인삿말이었다.

이렇게 인사와 소개가 끝나고 자유놀이 시간이 시작되었다.

자유놀이 시간이면 언제나 정신이 없는 마루였다.

자기를 불편하게 했다며 친구를 이르는 아이, 미용실 놀이를 해야 하니 머리카락을 내놓으라는 아이,

병원놀이를 해야 하니 한쪽에 누워서 아프다고 우는 연기를 해달라는 아이,

블록을 조립해달라고 부르는 아이,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는 아이까지-

평소라면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시간이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평소에 마루의 다리에 매달리고, 업히고, 곁에와서 쫑알쫑알 말을 걸던 아이들의 관심이

실습생에게로 분산 되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은 평소보다 편하고 평온한데 왠지모를 허전함과 허무한 마음이 드는 마루였다.


'흐응...그때 그사람 말이 맞는건가? 역시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사람이 최고인건가....'


괜히 싱숭생숭해진 마음에 실습생에게 매달린 아이들을 보고있는 그때였다.


"으아아아아앙!!!!"


어디선가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렸고 마루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갔다.

울고 있는 아이는 연서였고, 연서 옆에 영우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연서야 무슨일이야?!"


마루가 묻자 연서가 대답했다.


"영우가 저 장난감으로 때렸어요. 으아아아앙!"


연서가 손으로 붙잡고 있는 얼굴 부위를 살펴보자 이미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영우는 아직도 분이 안풀렸는지 오른손에 연서를 때린 오토바이 장난감을 들고 말했다.


"얘가 아까부터 이거 안주고 혼자만 가지고 있었단 말이에요!"


마루는 영우의 손에 들려있는 오토바이 장난감을 응시했다.


"영우야.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면 어떻게 해? 연서 지금 어때보여?"


마루는 영우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직 흥분해 있는 영우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였다.

유치원에는 항상 돌발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곳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때마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상황이 다른 방식으로 정리되곤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하는 마루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마루는 마치 편집 없이 라이브로 송출되는 관찰예능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실습생이 온 첫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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