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어둠만 있었다.
한 점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마루는 길을 잃고 헤매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어둠속에 있었다.
손으로 앞과 옆을 더듬어 보았다.
무엇이 만져질까 걱정 되었고, 혹은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발로 땅을 더듬어 보았다.
바닥에 무엇이 있을까 걱정되었고, 혹은 바닥조차 없는 허공일까 걱정되었다.
손끝과 발끝에 두려움을 실어 온 신경을 집중하며 사방을 더듬으며 걸었다.
하지만 손과 발에 닿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길을잃은 채 아니, 어쩌면 길이 없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마루는 하염 없이 있었다.
마루는 이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 이 어둠 속에 있었는지,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어쩌면 꿈 속일 수도 있겠다- 생각할 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막막했고 두려웠다.
꿈이라고 한들 언제 깰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거대한 두렴움이 스물스물 마루의 온몸을 감싸며 올라오고 있을 때였다.
순간 저기 끝에서-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 알 수 없는,
거리도 깊이도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부터 빛이 시작되었다.
마루는 빛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었다.
그저 저곳을 향해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한참을 걷자 조그맣게 점으로 시작되던 빛이 점점 커져갔다.
빛이 수묵화처럼 주변으로 퍼지면서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밝아진 곳에는 마루의 세상에 보였다.
마루의 집.
익숙한 거실 풍경
다시 사야지- 벼르고 있는 닳아빠진 쇼파
멀쩡한 책상을 두고 책보는 용도로 사용하는 식탁
이케아에서 산 상어인형과 토끼인형
마루는 안도감이 들었다.
'집에 도착했다.'
그때였다.
시야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마루의 세상을 비추고 있던 모든 빛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희망이 사라졌다.
길고긴 어둠 끝에 찾아낸 빛이었는데,
빛은 잠시만 곁을 허락하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왜 좋은건 빨리 사라질까?
왜 내옆에 오래있지 않는걸까?
어렵게 찾아냈는데 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걸까?
다시 어둠만 남았고, 빛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마루는 쿵쾅거리는 가슴에,
자신의 귀에 청진기를 대고 듣는 것 같은 심장박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악몽을 꿨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기분나쁜 찝찝함과 함께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옆을 더듬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빛처럼
찰나의 순간인 주말이 지나간 자리.
핸드폰은 월요일 오전 5시 55분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