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에 출간된 하퍼 리의 신작 파수꾼, 그 저의가 수상하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있는 앵무새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 55년만에 후속작을 출간한 저의가 궁금하다. 파수꾼 해설에 보면 번역가 공진호씨가 열린책들의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보안속에서 두달간 비밀리에 번역했던 일화가 나온다. 항간에는 치매에 걸린 노인을 등쳐먹기 위해서 법률대리인이 출간을 강행했다는 소문도 있다. 돈에 눈먼 출판사가 무모하게 강행했다는 불편한 진실같은 포스팅도 읽은 적이 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우리나라에도 '앵무새죽이기' 열풍을 불게만든 파수꾼 출간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1. 숨겨진 앵무새 죽이기의 진실이 파수꾼이라는 책에 담겨있다고 한다.
2. 앵무새 죽이기에서 흑인을 옹호하며 영웅이 되었던 아빠 애티커스 피치.
3. 파수꾼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로 그려진다는데...
4. 파수꾼을 구매해놓고 앵무새죽이기를 읽는 도중 요즘 토론모임을 하는 독서지도사 선생님들과 톡을했다.
5. 그리고 생각한 몇가지....
6. 어릴적 이 책을 읽고 감동받고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굳이 후속작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7. 하지만 나처럼 이번기회에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두 권을 함께 보는게 좋겠다.
8. 앵무새죽이기를 읽다보면 작가가 아버지를 완전한 영웅만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단서들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9. 아빠의 절제된 공평성이 작품 성공의 주요 원인이 되고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하퍼 리. 살아 생전에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10. 죽음을 앞두고 잃을 게 없는 노작가. 살아보니 인생 뭐 있나 싶었던 걸까... 아빠의 실제를 폭로한다.
11. 작품이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반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앵무새죽이기' 이야기속으로
<1962년 제작되어 그레고리 펙에게 남우주연상을 선사한 영화'앵무새죽이기'의 한장면>
이 이야기는 진 루이스 핀치(스카웃이라고 불린다)이라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어릴 적 3년동안을 회상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앨라배마 주의 '메이컴'이라는 마을이다. 스카웃에게는 네살 많은 오빠 제레미(젬)이 있다.
메이컴은 오래되었지만 평온한 마을이었다. 스카웃이 세 살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스카웃과 그의 오빠는 그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와 흑인인 칼퍼니아 아줌마 손에서 자랐다. 그들은 항상 정해진 구역안에서 놀았는데 그 이유는 칼 아줌마가 부르면 얼른 집으로 들어와야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들에게 메리디안에서 온 딜이라는 친구가 생겼다. 딜은 스카웃보다 한 살 더 많았다. 그는 이웃에 사는 라이첼 아줌마의 조카였다. 세 명은 연극놀이를 하며 놀다가 마을에서 유령의 집으로 알려진 래들리 집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집에서 살고 있는 부 래들리의 본명은 아서 래들리였고, 그들은 그가 집 밖으로 나온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 귀신의 집으로 불리우는 집이었기 때문에 래들리를 밖으로 끌어내지는 못하고 마당 대문만 살짝 치고는 재빨리 도망치고 말았다.
며칠후, 딜은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메르디안으로 돌아가고, 스카웃은 근처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스카웃과 젬의 부 래들리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더 커져 갔다. 그래서 그들은 머디 아줌마에게 래들리에 대한 모든 것을 하나하나씩 물었다. 이것저것 대답하던 머디 아줌마는 스카웃에게 부 래들리의 집은 그저 슬픈 집일 뿐이라고 말했다.
방학이 되어 돌아온 딜과 함께 삼인조가 된 장난꾸러기들은 밤에 부 래들리 집을 몰래 훔쳐보기로 했다. 철조망 틈으로 몰래 들어가 집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사람은 안 보이고 커튼과 하얀 불빛만 보였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총을 한 방 쏘았다. 아이들은 황급히 도망치다 젬의 바지가 벗겨지고 말았다. 그 날 밤, 젬이 래들리 집에 바지를 찾으러 갔는데 젬의 바지가 잘 개어져 있었다.
그 해 겨울엔 눈이 몹시 많이 왔다. 스카웃과 젬은 생전 처음 보는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다.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와 잠을 자는데 아버지 애티커스가 그들을 급하게 깨우고 옷을 입혔다. 머디 아줌마 집에 불이 난 것이었다. 불을 피해있던 그들은 불이 다 꺼진 후, 자신들이 덮고있던 담요를 래들리가 덮어주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의아해했다.
어느 날부터, 스카웃의 친구들이 그의 아빠를 '검둥이 옹호자'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애티커스가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의 변호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애티커스는 변호사였다. 톰 로빈슨은 마옐라 이웰이라는 여자를 강간했다는 혐의로 곧 재판을 받을 사람이었다. 드디어 재판날이 왔다. 애티커스는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로 톰이 무죄란 것을 밝혀내려고 열심이었다. 증인들의 진술과 증거들로 보아서 톰은 분명 무죄였으나 배심원들은 톰이 유죄라고 했다. 재판에서 승리한 이웰은 흑인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했지만 영웅이 되어버린 아빠 애티커스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톰을 동정하게 되어버렸다. 애티커스보다 아이들이 더욱더 슬퍼했다.
모두에게 그 날의 재판이 잊혀져 갈 때쯤 학교에서 할로윈 파티가 벌어졌다. 밤 늦게까지 계속된 파티에서 스카웃은 햄 모양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갔다. 파티가 끝나고 스카웃과 젬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어떤 괴인이 스카웃과 젬을 덮쳐 젬의 팔이 부러졌다. 나중에 헥 테이트 보안관이 칼에 찔려 넘어진 봅 이웰을 발견하고 그 괴인이 봅이였다는걸 밝혀냈다. 애티커스에 대한 복수였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스카웃을 도와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아이들이 놀리던 신비의 인물 부 래들리였다. 스카웃은 부와 팔짱을 끼고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이야기는 끝이난다.
# 올바른 소설읽기 방법
50여년간 우리는 하퍼 리의 건강한 영웅담에 환호해왔다. 그러나 작가가 겪은 실제는 그처럼 건강하지도 말끔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신데렐라, 콩쥐팥쥐를 읽으며 자란 우리 인간사람들은 혹시 진실을 바로보기 두려워하기에 이처럼 소설을 만들어 낸것인지 모른다. 하퍼 리에 따르면 신데렐라나 콘쥐팥쥐는 평생 계모에게 시달리고 가사노동에 시달리다 시집을 못간 노처녀가 불쌍해서 만든 이웃들이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카톡에서 선생님의 마지막 지적대로 위선적인 인간의 본성이야 말로 우리가 바로 직시하여야 할 인생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있는가.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 출신의 국회의원,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이나 대기업 총수의 본모습이 화면에 비친 모습과 같던가?
헐리우드영화를 보며 자라온 우리들은 서양인들 하면 기가 죽는다.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공부했다면 뭘 제안해도 높이 평가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가 해외여행가면 우리와 별 다를게 없는 백인들의 모습에 놀라곤한다. 시끄럽고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백인의 모습은 클라크 케이블이나 오드리 햅번같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소설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다.
'적과 흑'을 쓴 작가 스탕달의 말처럼 소설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아무래도 하퍼 리의 후속작 파수꾼은 올바른 소설읽기의 차원에서 볼 때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다. 어린 아이들은 수퍼맨처럼 날아다닐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성장이 시작된다. 이 세상 살 일이 얼마 남지 않은 작가가 55년간 감춰와야 했던 '인간은 수퍼맨이 아니다'라는 진실. 그 진실을 숨겨야만 했던 고통까지 무덤덤하게 읽어낼 수 있을때 올바른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