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처음엔 쿤의 등에 업힌 '나'의 모습이 상상이 안되어 샴쌍둥이를 생각하며 읽었다. 처음엔 아주 작았다가, 점점 나와 비슷해졌다가, 내 몫의 성장을 가져가는 쿤은 어떻게 생겼을까.
왠지 나도 나만의 쿤을 만났다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아주 잠시 그를 상상해본 것만으로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십오 년을 함께한 '나'는 어땠을까. 쿤을 떼어내고자 했던 주인공은 엄청난 결심을 했을 터였다.
쿤과 함께해서 받은 차별은, 아이러니하게도 쿤을 떼어냈기 때문에 또다시 찾아온다.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언제쯤 오려나) 하지만, 주인공은 굴하지 않는다.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성장을 바라는 '나'는 이미 쿤에게서 '독립'함으로써 성장을 시작했다.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주인공은 쿤과 이별하면서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왔다. 알 속에 가만히 있던 세상에서 벗어나 마주한 '진짜' 세상을 '나'는 어떻게든 잘 살아낼 것이다.
아, 한 가지 별로였던 점은 아빠를 용서하는 장면이다. 미안하다, 한 마디면 엄마와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 없던 일이 되나? 그 끔찍했던 순간들이 용서가 된다고? 주인공은 아빠 때문에 쿤을 받아들였다. 그만큼 아빠를 싫어했으면서, 아빠의 쿤이 아닌 아빠의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케케묵은 감정이 사라진다니. 참 편리한 세계다. 비겁하게 쿤의 뒤에 숨어 저지른 악행들은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어! 그건 쿤이 한 거야."라는 말로 속죄가 되나. (아빠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아님)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