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구 Sep 25. 2021

나의 이야기

<알던 사람 이야기> 에필로그

 이제는 더 이상 내가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때는 알았다고, 알던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가 많아진다. 그 사람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내가 알던 누군가가 우연히 내 글을 발견해서 읽고,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는 상상이 아주 터무니없는 건 아닐 테다. 그런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않으며 글을 지어왔으니까. 그런데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도 모른다.

 "이건 내 기억하곤 많이 다른데?"

 그럼 나는 당연하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리고,

 "그래 맞아. 이건 나의 이야기니까." 하고 대답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닳고 낡아진 기억들이 나라는 사람을 기준으로 더 깎이거나 더 덧붙여지는 부분들이 있다. 혹은 일부러 티 내지 않고 기억 속에 잘 감춰두려 말하지 않기도 하고, 때론 실제와 다르게 바꿔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내가 이 모든 알던 사람들에 대해, 소중히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알던 사람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나란 존재의 기억이며,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들 덕에,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꺼내올 수 있었다.


 때론 너무 유치하거나 비겁했고, 초라하고 지질해 보였기에 덮어두고 숨겨두고 싶기도 했던, 나.

 그러나 먼지를 털어내고 요모조모 뜯어보니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고, 나름대로의 애씀과 열심 있었다는  발견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알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적어가는  과정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알던 사람들은 더 많아지겠지, 새로운 알던 사람 이야기도 많아지겠지.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기억해보려 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이리저리 만나며 자라왔던 나. 결국 가장 오래도록 알아왔고, 알아가게 될 나.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지금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알아가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나의, 알던 사람 이야기를.

이전 27화 오래된 일기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