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던 사람 이야기> 에필로그
이제는 더 이상 내가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때는 알았다고, 알던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가 많아진다. 그 사람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내가 알던 누군가가 우연히 내 글을 발견해서 읽고,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는 상상이 아주 터무니없는 건 아닐 테다. 그런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않으며 글을 지어왔으니까. 그런데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도 모른다.
"이건 내 기억하곤 많이 다른데?"
그럼 나는 당연하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리고,
"그래 맞아. 이건 나의 이야기니까." 하고 대답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닳고 낡아진 기억들이 나라는 사람을 기준으로 더 깎이거나 더 덧붙여지는 부분들이 있다. 혹은 일부러 티 내지 않고 기억 속에 잘 감춰두려 말하지 않기도 하고, 때론 실제와 다르게 바꿔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내가 이 모든 알던 사람들에 대해, 소중히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알던 사람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나란 존재의 기억이며,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들 덕에,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꺼내올 수 있었다.
때론 너무 유치하거나 비겁했고, 초라하고 지질해 보였기에 덮어두고 숨겨두고 싶기도 했던, 나.
그러나 먼지를 털어내고 요모조모 뜯어보니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고, 나름대로의 애씀과 열심이 있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알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적어가는 이 과정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알던 사람들은 더 많아지겠지, 새로운 알던 사람 이야기도 많아지겠지.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기억해보려 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이리저리 만나며 자라왔던 나. 결국 가장 오래도록 알아왔고, 알아가게 될 나.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지금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알아가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나의, 알던 사람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