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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비가 흩날려도 바람은 보이지 않네」

by 고 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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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푸르지 않고는

어떻게

새 봄꽃을 맞을 수가 있으며


마음이

물들지 않고는

어떻게

갈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까


햇발은

그림자를 빌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바람은

나뭇잎을 빌려

자신의 언어를 전해주는데


정이월 툇마루에 스며든

볕뉘의 따스한 손길을 모른 채


삼복날 수양버들에 매달린

간들바람의 시원한 몸짓도 모른 채


그저

세월에 휩쓸리면

바람인가 하고


머리가

희어지면 달빛인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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