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은
햇빛에 의해 떠오르고
달빛에 의해 가라앉지만
숲길은
물안개에 의해 열리고
산노을에 의해 닫혔다
숲에 들어서기 위해선
물 속 깊이 걸어 들어가
모든 것을 씻어내야 길을 내어준다
숲에서는
육신을 내려놓은 영혼에게
자유로움이 있고
올곧은 사람만이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기에
바람도 몸집이 무거울 때는
숲길에 들어서지 않았다
숲은
죽은 듯이 살아서
바람의 뿌리를 갈래갈래 키우고
강물의 꼬리가 마르지 않게
온갖 눈물을 모아줬기에
숲에서
사랑을 말하려면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그림자마저도 밟지 않음을
먼저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