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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람이 헝클어간 자리엔
언어가 싹을 틔운다」

by 고 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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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뿌리는

언어의 부스러기를 먹고 산다


사랑과 칭찬의 말로 채워진 날은

새살바람이 몸을 감싸고


미움과 비난의 말이 헐뜯는 날은

가시바람이 몸을 찌르지


바람의 씨가

꽃을 피우지 않는 건

언어는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바람과 언어가

같은 길을 걸어도

바람이 앞서 걸어 나가는 건


언어는 변명을 하느라

항상

뒤쳐지기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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