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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Jun 30. 2022

2022년의 펑크록 너바나걸

6월의 마지막날.

0시까지 이어지는 몇번의 야근이 있었기에 근무시간은 진작에 모두 채웠다.

필수적인 미팅만 끝내놓고서 초과근무 상신.

퇴근 후 헤드셋 끼고 폭우를 가로질러 아무도 없는 인기카페로 향한다.

오늘은 내가 요즘 좋아하는 문화에 대해 써 보려고. 그냥 캐주얼한 글.






0.

보통의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나역시도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가 그 시기의 개인의 문화 전반을 주물러왔다.

생활양식이나 옷차림 그리고 생각의 방향까지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내 생각이나 관점이 그런 문화를 당겼는지,

그런 문화가 나를 물들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쌍방과실!


주절주절.

그동안 심취한 문화의 역사를 기술해본다.





#10대.

프랑스 영화에 빠졌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특유의 낯선 색감이나 영상, 사운드에서 이끌림을 느꼈다.

<아멜리에>나 <수면의 과학> 수십번은 돌려봤다.
또 비슷하게는 그쪽 영향을 받은 듯한, 일본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불량공주 모모코>, 한국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같은 영화를 돌려봤다.

빈티지하고 쨍한 색감과 생경한 대사와 영상기법이 질풍노도의 청소년 마음에 가득 들어왔던 것 같다.

프랑스나 일본 물건을 직수입하는 웹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구경하는 맛에 흠뻑 빠졌던 시기였다.


<아멜리에> 스틸컷
<불량공주 모모코> 스틸컷








#20대.

가히- 일본 문화에의 잠식이었다.

빈티지나 우드. 담백하고 정갈한 것들에 심취했다.

특히, 무인양품과 GU, 빔즈 같은 브랜드를 아주 좋아했고.

헐렁하고. 까슬하고. 빈티지한 무늬를 가진것들에. 흠뻑 빠졌다.

여행을 가면, 도시의 플리마켓이나 세컨핸드샵에 꼭 들리면서 보물같은 오랜 물건을 찾아다녔다.

영화 역시도, <안경> <백만엔걸 스즈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같은 것을 찾아봤다.

그렇게 하나 둘. 오래된 물건들을 모으고. 깨끗하게 사용하는 일이 즐거웠다.


<안경> 스틸컷
<백만엔걸 스즈코> 스틸컷







#30대.

글쎄. 아직 갈피를 잡는 중이나.

요가의 심취로, 인도 문화가 한창 들어오다가.

최근. 별안간. 사고처럼!

펑크락의 개미지옥으로 이끌리고 있다. (이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펑크락!)


<아,요가> 매거진 이미지. 여전히 좋다. 요가나 인도, 발리 문화.


나의 요가 굿즈(?)






1.

발단은 백예린의 밴드 <더 발룬티어스>였다.

최근 박자가 또렷히 들리는 음악들에 이끌리다가.

랜덤하게 음악을 탐색하던 중, 'Pinktop' 이란 음악에 중독되었다.


전자기타와 드럼의 사운드도 좋았고.

특히, 그 가사가 정말 좋았다.


대개 좋아하는 음악을 찾으면, 앨범의 소개글도 찾아보는 편인데. (창작자의 해설을 보는 일이 즐겁다. 앨범 소개글도 그렇고. 책에서는 작가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

분홍색 티셔츠를 입기를 쑥쓰러워하는 밴드 멤버들을 보면서 만든 음악이라고.

네가 어떤 옷을 입건 어떤 향수를 뿌리건.

네가 원하는 길로 가고 있다면- 전혀 상관 없다는 가사가 일품.


https://youtu.be/1oRFlwlVXvg

<Pinktop> MV









2.

그렇게 <더 발룬티어스>를 탐색하던 중.

댓글을 통해서, <에이브릴 라빈>으로 빠져든다.

2000년도 초반의 분위기. 시원한 사운드와 라빈의 당당한 눈빛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가장 좋아하는 무대는 이쪽이다.

라빈의 쭉 뻗은 생머리에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컨버스를 신고 양반다리로 높은 의자에 앉아 씩 웃으면서 지르는 폼이 아주 쿨하다.

https://youtu.be/Q_HBFvDYXH8

<Complicated> 어쿠스틱 버전이지만... ㅋㅋ 그 폼이 정말 좋다.



한때 중2병의 아이콘이었다고 한다. 나는 중2도 아닌데. 왜 중2병에 걸리고 있는가.








3.

이렇게 좀 만만한-락 장르를 지나고서.

드디어 일렉기타의 사운드가 심장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여느 락 매니아들의 수순과 같이.

그렇게 시작된 <Muse>, <Green Day>, <Nirvana>.

펑크 록이다.


펑크 록은, 1970년대에 시작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평등주의적 문화 운동의 일부라고 한다. (나무위키에서 얻은 지식임.)


너무 예술적이고. 너무 복잡한 것들에 대한 반발.

흥미로운 것은. 계급갈등이 심화되고 경제가 악화되던 영국의 상황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최근 MZ세대에서도 이런 쪽으로의 문화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우리나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나 성별, 세대간의 갈등의 심화와/ 경제 악화의 배경이 같이 맞물려서 문화로 표현되는 것은 아닌지.

그러하다면. 역사는 반복된다! 정말 흥미로운.







4.

나 역시도.

다양한 '이래야 한다'에 답답하던 차.


허리가 일부 보이는 짧은 상의와.

주머니가 많거나 알수 없는 얼룩이 물든 바지를 입는 것을 즐기고 있는데.

옷차림이 작은 해방감을 준다.



또, 얼마전에는 한참 베를린의 핸드크래프트 타투에 심취했었는데.

이런 부분도 아마 이쪽과 같이 얽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요즘 매우 잘 쓰고 있는 헤드셋과 펑크록 장르가 정말로 잘 맞다.

(그래서 록커들이 항상 목에 헤드셋을 끼고 다니는 것인가.)


특히 요즘처럼 습한 날씨에, 침대에 누워 헤드셋으로 시원한 일렉기타 소리를 듣고 있으면.

공기마저 절로 제습되는 기분. 1초만에 분위기가 바뀐다.


이런 흩어져 있는듯 보이는 관심사들의 연결과 연결이. 하나의 문화가 장악하는 개인에의 파장이 아닐까..


음악, 물건, 옷차림, 생각에까지-

어느것이 먼저였건. 비슷비슷한 것으로의 이끌림.

자석처럼 그것이 그 다음을. 그 다음이 그 다음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https://youtu.be/q2V7dYKANGA

레전드..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5.

이 다음은 무엇일까.

가랑비에 옷 젖듯. 새롭게 스며드는 문화로의 감각이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부분은 즐기려고.



습하고 무더운 장마.

답답한 공기를 바꾸고 싶은 이가 있다면.

드럼과 기타. 갈라지는 음성으로.

높은 온도습도 시원하게 날려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향적인 로큰롤.

이곳에 심심하게 외쳐본다.




쨍주황 네일로. 조용히.. 데일리-록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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