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누리 Aug 21. 2015

홍대예찬가

안녕, 홍대.

홍대를 이사하는 일은 희한하게도 슬프다. 나는 여기가 증말 좋다. 여기서는 차도 없고 돈도 없는 내가 두발로 좋은 곳을 구석구석 정복할 수 있다. 홍대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동네이다. 아아 카페꼼마와 동교삼거리 스벅을 두고서, 파란 플라스틱 박스를 테이프질하자니 울컥하는 섭섭함이 밀려왔다.


사실 우리집은 홍대와 신촌의 경계에 있다. 일층에 망향비빔국수가 있는 건물이라, 친구들은 나를 망향에 산다고 말한다. 망향댁 할멈이다. 그곳은 연희동 연남동 창천동 동교동 어디든 자유롭게 도보로 다닐수 있는 매력적인 국경지대이다.


홍대에서 제일 좋은 곳은 동교동 삼거리와 3번출구 부근이다. 거기에는 맛있는 빵도 있고, 분위기 좋고 저렴한 이자카야도 있다. 무엇보다 그곳의 가게들은 멋지구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붐비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내가 외부 회동을 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들렸다가 사라질 수 있다.


홍대는 자비롭다. 홍대에서는 무엇도 용서가 된다. 마치 중이병의 잔해같은 표현이지마는 진짜로 그렇다. 별2별2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쑥쓰러운 양말 올려신기를 하여도, 나이에 맞지 않는 멜빵을 양쪽 어깨에 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관용과 자유의 빌리지이다.


지난해 가을에 홍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짧게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홍대는 외국인들에게 교통의 요충지이다. 공항철도가 지나가고 2호선으로 어디든 다닐 수 있으며, 화려한 밤문화를 즐기고 쉴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DMZ투어 후 나에게 자랑하기였다. 내가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에게 디엠지에 관해 신명나게 자랑하였다. 흠.. 내가 며칠간의 자랑을 들은 바를 요약컨데 디엠지는 그냥.. 공터이다.


아무튼 그래서 3번출구 근처에는 캐리어를 낑낑대는 외국인들이 많다. 지난 여름에 매일같이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네들을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봤다. 나에게는 매일 지나는 피곤한 3번출구이지만 그사람들에게는 설레는 한국 여행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같은 오브젝트도 나의 처지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된다.


홍대는 심지어 한강도 가깝다. 한강 북부의 망원 한강지구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홍대에서 노래 다섯곡, 도보 20분이면 햇빛이 부서지는 강가에 갈 수 있다. 그곳은 땅바닥에 누워 빨대로 맥주 드링킹하기에 최적화된 장소이다. 그곳에서 나는 양화대교를 바라보며 내적 그루브를 탄다.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말고.


아아 비록 나는 이사가지만, 나는 또 이 근처에 살고 싶다. 나의 젊은이 시절을 불빛많고 술냄새 많이 나는 신촌홍대 일대에서 보낸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요즘 아무리 이태원이 힙하다 하더라도, 내 맘 속에는 홍대가 넘버원이다. 프리덤! 후리덤! 홍대입구 후리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 청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