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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Aug 29. 2015

라벤더 엄마

간결함으로 복잡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름답다.

물리학에 보면은 오캄의 면도날 원칙이라는게 있다. 무슨 이론이건 가설이건간에 그것이 간결할수록 아름답다는 것이다. 물리학과 교수님은 뉴턴의 이론을 일컬어 정말로 아름답다고 표현하셨는데, 스물한살 먹은 나는 그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건축에도 보면 미스반데로에가 강조한 less is more이라는 명언이 있다. 미스반데로에는 기능에 의한 필요만을 냄기고 나머지 요소들을 싹뚝 정리하야, 간결한 아름다움을 구현하셨다. 적은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몇년간 일종의 정신머리 목표로 두고서, 많은 생각 및 걱정 가지치기로 머리통이 복작복작해지면 레스이즈모아레스모아레스모아 이런 이상한 마음의 소리를 하면서 핵심을 찾으려고 했다.


사과를 보면 과육이 있고 고 중심에 씨앗이 있다. 우리는 과육을 먹는 동물이지마는 사실상 사과의 입장에서 본인이 세상에 잉태된 목적은 씨앗에 함축되어있다. 사과에게 과육은 단지 1. 달콤함을 이용해서 동물을 통해 씨앗을 널리 퍼뜨릴 유혹책과 2. 잉여양분으로 씨앗이 떡잎을 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움책에 불과하다.


나는 동물로 태어나버린지라 달콤상큼한 과육에 자주, 매우 자주, 유혹을 당하는데 그럴때마다 씨앗을 생각하려고 한다. 머릿속의 오캄이 주신 면도날로 사각사각 과육을 썰어버린다.


스티브잡스는 죽기 전에 마크로스코의 그림에 심취했다고 한다. 로스코는 모든 조형 요소를 포기하고 색을 채운 면으로만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보는이가 그림의 메세지에만 집중하도록하게 하기위해서 간결함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불구, 그가 전달하는 메세지의 파동은 결코 간결하지 않았다.


나는 며칠전에 진화가 준 라벤더 씨앗을 심었다. 나는 고 씨앗을 심으면서, 핵심목적에 도달한 엄마라벤더꽃을 생각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번식을 도운 '도구'에 불과했다. 가녀린 씨앗 네 쪽을 보고서 대리 모성애가 발동했는지, 멋지고 달콤한 과육이 없는 나를 연신 자책하고서 물이라도 담뿍 주고 싹이 피기를 오매불망했다.


라벤더는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스트레스 해소 및 불면증을 예방한다고 한다. 나는 그놈의 흙더미에 텀블러의 어저께 마시던 물을 부으면서, 나의 스트레스와 신경증을 무럭무럭 먹고 자라나렴하는 이기적인 일방소통을 했다.


라벤다꽃엄마에게 미안하게도 나에게 라벤더라는 오부젝트의 핵심은 살아있는 안정제이다. 보라색의 아름다운 안정제. 그렇지만 이놈을 냄기고서 땅바닥에 떨구어진 라벤다꽃엄마를 위해서 나는 앞으로 훌륭한 유모가 될것이라 다짐했다. 그녀가 한 생애의 끝에 남겨준 아름다운 결실인 new 라벤다를 보면서, 나는 오캄의 면도날과 사과, 사과와 스티부잡스를 생각할 것이다.











마크로스코의 대표작. 무제,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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