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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Aug 30. 2015

과천국립과학관 천체투영관

닫힌 천정의 우주

어즈께 어째저째하다가 과천에 있는 국립과학관엘 갔다. 과학관은 중딩찔찔이 이후로 첨이었는데, 등딱지가방 야무지게 맨 초딩중딩들을 한무데기 보니, 두꺼운 안경 끼고서 동네 도서관에 앉아 과학자를 꿈꾸던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이 오바랩되었다.


젤로 재밌었던 곳은 돔 모양의 천체투영관이었다. 천체투영관은 과학관의 뒤뜰에 엄청 큰 축구공 모양으로 지어져 있는데, 온 불을 끄고 천정의 별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었다. 고속버스 탄 것마냥 의자 오른편의 동그랑 버튼을 누르고 등을 뒤로 뻗고서 스크린으로 막힌 천정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모순스럽게도 답답하게 막힌 하늘에서 뻥 뚫린 밤하늘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고속버스 의자에 기대어 밤하늘을 보면서 보이저호의 음악이란 걸 들었다. 고 음악에 대해서 어떤 천문학 박사님께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 설명하는 태가 너무 자조적이라, 나는 픽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아저씨는 1초에 18킬로미터를 가는 보이저호를 "매우 느린 속도"라고 형용하셨는데, 마치 인간이 암만 열심히 만들어봐야 그것밖에 안된다는 투였다. 실제로 보이저호는 "매우 느린 속도로" 36년 만에 겨우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했다.


시속 18킬로미터로 36년이라니..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크기이다. 박사님은 그러한 광활한 우주만 바라보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냈을 것이다. 우주를 보면서 무한한 인간의 무지를 대면하고, 짧고도 좁은 인간 세상을 향해 허무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첨단과학에 관해 설명할 때 무엇이건 하나도 대단하지 않다는 식의 어투로 우주먼지스러운 인간들을 자조하신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참 인상깊은 시간이었다.


인간이 지구짝 위에서 나름대로 고등생물이라 자부하면서 살게 된 데에는 호기심의 바탕이 있었다. 다른 동물새끼들이 갖지 못한 호기심으로 지구에 중력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고, 운동법칙이나 전기 같은 것도 알아내어 지금의 생활을 이루어냈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간의 능력이다.


우리가 우주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데에도 그런 이유가 있다. 우주는 스마트폰을 하루 쟁일 쓰는 SMART 시대의 인간들이 아는 것이 0.00001이라도 미치면 다행인 공간이다. 현 인류는 다소 앎에 대해 자신만만해 있는데, 실상 우리는 여전히 아는게 없다.


토마토헉슬리님은 앎은 한정되어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고 하셨다. 나는 어저께 첨단과학 IT강국의 국립과학관 천정의 우주를 보믄서, 박사님으로부터 전이된 어떤 자조와 미물의 감정을 함씬 느꼈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서 아직 우리의 우주는 천체투영관의 꽉 막힌 하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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