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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Oct 14. 2018

디귿자 버스

올해는 약간의 변주가 있었다.

출근<>퇴근 할 때 디귿자 버스를 타고 있(었)다. x,y 찍고 직선거리로 최단거리로 쭉 그렇게 갔으면 더 빨리 가겠지만. 나는 직선거리 버정보다. 그냥 두부가게 앞 버정이 더 좋아서 디귿자로 빙 돌아간(었)다.

h는 혀를 끌끌찼다. h는 효율을 동글동글 뭉쳐서 만든 인간상. 그래서 효율적인 판단을 할 때 그의 조언이 무척 도움이 된다. h는 왕왕 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몇가지 이야기를 해왔다. 그것의 불릿 두개가. -디귿자 버스로 출근(등교)하기. -초록불을 보고 뛰지 않기.

올해는 약간의 변주가 있었다. 여름을 기점으로 -나는 종종 직선거리의 버스를 탔다. -그리고, 초록불을 보고 뛴 것은 더욱 오래 되었다. 가끔은 무의식 중에 발길이 두부가게 앞 버정으로 가거나. 초록불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그럴때면 몇초 딜레이 있다가 앗차차한다. 가끔 육성으로까지 앗차차 소리가 날때면. 헷갈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디귿자인가. 쭉뻗직선인가.

직선 버스를 한번 타고나서부터였다. 오전의 회의시간이 촉박해서 처음으로 다다다 뛰어서 그것 탔다. 회의는 선방. 그리고 그때부터. 아침이면 두부가게로 향하는 길에 멈칫 그 버스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몇번은 급한 일도 없는데 이끌리듯 그 버스를 탔고, 그런 일의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버스에 대한 선호를 변하게 둬야 하는 것인지. 아님 옛날의 것을 지키려고(?) 뻐튕겨야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선택은 가만 두기.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나는 직선 버스에 올라탔다. 직선 버스 그림자만 느껴지면 나는 초조하게 초록불을 우다다 건넜다. 버스에 앉으면 심장이 가쁘게 뛰었다.

가쁘게 뛰는 심장을 살아있음의 반증으로 느꼈다. 가끔은 뿌듯함이나 자랑스러움과 유사한 감정도 느꼈다.

아니 그러다. 나는 그게 어쩜 그렇게. 멀쩡한줄 알았는데. 덜컥(x1000) 겁이 난 때는. 아니 그러니까. 내가 직선버스와 같은 선호를 다른 곳에서도 비추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렸을 때였다.

버스나 신호등 -그깟것 인줄 알았는데. 그깟것이 바뀔 정도이면 사실 더 굵직한 것(그것까지.. 또는 그것마저..) 바뀌었다는 것. 아찔. 그때는. 직선버스에 올라탔을 때보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쿵!쿵! 또. 쿵!쿵!

가까운 지인을 만날때마다. 나는 디귿자 버스 이야기를 했다. 누구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담담 말했다. 누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걱정해주었다.

누구마다 달라. 이런 접근으로는. 결론이 없다.
나는 어느의 쪽인가가 가장 중요.
디귿자 버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스스로를 가능한 가만히 아무것도 없(무해한) 시간을 두고. 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하고 있는데. (그래봤자~채 30시간)

1. 소비한 미디어 - 보이후드, 시크;하다(제목이...이래도 제법 재미있음), 와카오와 술..
2. 음악 - modern pop's biggest hits 라는 플레이 리스트. (저스틴 비버나 두아리파 그런 흔한 노래가 나온다.)
3. b와 가벼운 등산(할 뻔). 오르지는 못하고, 산 초입의 벤치에서 아주오래 대화.
4. 예약해둔 여행지의 호텔을 취소함. 강이 보이는 곳으로 다시 예약.
5. 여기에 글을 써보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글을 올릴 수 있을까?)
오랜만에. 맺음이 없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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