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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Aug 27. 2020

온라인 온리의 삶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침대에서 눈을 뜨면 추가된 확진자수와 지역내 동선을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다.

단톡방의 지인들과 오늘의 최신뉴스를 공유하며 바이러스가 이렇게나 가까워졌음을 나누는 것도 빠질수 없는 일과이다.



가다-말다하는 회사 책상에 하얀 먼지가 앉기 시작한지는 몇개월이다.

식탁에 앉으면 출근, 랩탑을 덮으면 퇴근이다.

주된 업무는 손가락 끝에서 이루어진다.


- @00님, 이부분 한번 확인부탁드립니다. : )

- 넵 @99님, 방금 문서 조회해보았는데, 일부 변경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내용이라 수정해두었는데 공유가 빠졌었네요. 업뎃드려놓겠습니다.


기존의 마라톤 회의가 무색하게, 몇마디 메신저로 대부분의 업무가 흘러간다.

뉘앙스나 배경은 이따금씩 생략된다. 액션 위주의 티키타카 플레이.




집에만 틀어박히다보니, 알아주는 집순이도 갇힌 시간에 염증을 느낀지 오래이다.

재택근무가 선포된 초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에 설렜다.

오랫동안 갖고싶었던 커다란 테이블도 들여놓고, 그간 밤늦게 퇴근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커피머신도 느긋하게 이용하면서. 잘나가는 샌프란 개발자가 된 것 같았다.


코로나 이슈가 국내에 심각하게 다가오면서 갇힌 삶이 시작된 것이 이월 말이고. 이제 팔월도 끝이 보인다.

그렇게 혼자의 집에서 육개월, 서서히 오프라인의 삶을 잃었다.


-몸의 변화-

식탁의자에서 매일 여덟시간을 보내며 목허리가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고,

최소한의 거리도 걷지않는 다리에는 군살이 불어났다.


-맘의 변화-

쏟아지는 메신저 속에서, 육성으로 대화를 하는 '상상'을 한다. (듣고싶어)

그/그녀의 눈아래 맨얼굴을 보는 것은 아주 가까운이의 특권이다. (보고싶어)




일전에 돌연 퇴사를 한 지인이 했던 말이 있다.

“선택하지 않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니?”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삶의 온오프 선택지에서 오프라인이 거짓말처럼 지워지고 나니, 그토록 좋아하던 넷플릭스 지박령이나 집순이라는 말에 지긋지긋 짜증이 난다.


나는 온라인이 좋았지만, 오프라인이 싫은 것은 아니었는데..

이것참 매번-, 잃어봐야 소중한 줄 안다.


돌이켜보면,

나는 회사 싫어라고 염불을 외면서도, 팔꿈치 부대끼며 나누던 커피담소나 침튀기며 주고받던 아이디어 회의를 즐거워했다. 나는 운동 싫어라고 투정부리면서도, 일주일에 한두번 꾸역꾸역 나가서 다리도 찢고 소리도 악악 지르는게 좋았다. 나는 낯가림이 심하다면서도, 서점이나 카페에 가서 모르는 이들 옆에 오랫동안 앉아있기를 좋아했다.



오늘도 집에서 집으로 퇴근하며..

등 돌린 연인 붙잡듯 간절한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돌아와줘 바깥의 시절. 우리 좋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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