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초 Jul 15. 2018

『쇼코의 미소』
: 아주 조금만 더 솔직해지기

모든 고민 해결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최근 몇 개월간 심리 상담 교육을 받으며 내가 감정 표현에 그다지 솔직하지 않은 편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갈등이 싫어서, 때로는 부끄럽다는 생각에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거나 아예 입을 닫았던 적이 꽤 많았다.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이나 친한 친구 중 상당수가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 감정으로 인한 답답함을 토로한 적이 있으니까.

 표현하지 못한 분노와 짜증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가끔씩 나를 울컥하게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시원하게 욕을 한 사발하면 완전히 풀리지는 않을지언정 약간은 해소가 되었고, 웬만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 애정, 구하지 못한 용서에 대한 아쉬움은 쉽게 무뎌지지 않았다. 오히려 철이 들면 들수록 아쉬움이 커지는 경우도 있고, 보통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 감정 표현의 대상을 이제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 속 일곱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두 번째 아쉬움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은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애정, 끝끝내 이루지 못한 화해에 대한 아쉬움 등을 오랫동안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상처 입은 과거로 인해 더더욱 자기 자신을 꽁꽁 감추고 솔직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서늘한 미소를 짓는 쇼코,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소유와 미스터 김, 힘든 이야기를 하며 과장 되게 웃어 보이는 응웬 아줌마, 끝까지 화해하지 못한 한지와 영주가 그렇다.

 등장인물들을 보고 고슴도치가 떠올랐다. 위협을 느낄수록 몸을 웅크려 약한 부분을 감추고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와 과거의 아픔 때문에 상대에게 마음을 열기 두려워하는 그들은 분명 닮아있었다. 나는 다양한 관계에 속한 고슴도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아쉬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곤 했다. 몇몇 이야기는 현실의 사건을 차용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 크게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상담 교육 중에 들었던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지금, 여기서 느끼는 본인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라는 말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처음부터 많이 솔직해질 필요도 없고, 전보다 아주 조금만 더 솔직하게 본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고민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를 비롯한 세상의 많은 고슴도치들이 아주 조금만 더 솔직해질 수 있기를. 이를 통해 마음 속에 응어리진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취월장』: 일,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