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shimaro Jul 27. 2022

한산 : 용의 출현

역사를 역동적으로

 주로 역사를 다루는 영화는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지만, 그 것을 알고도 우리는 극장을 찾는다. 그 역사가 이름만 알았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하나도 몰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짧고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가 하나의 이유일 것이며, 조금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면 <한산 : 용의 출현>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순신 장군의 존재를 모를 수 없으며, 그가 대승을 거두었던 대표적인 전투에 한산도 대첩, 명량 해전, 노량 해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심지어 노량해전에서 전사했다는 것마저 다 안다. 속편인 <노량 : 죽음의 바다>의 결말까지 다 아는 상황. 그런데도 찾는 이유, 바로 전투씬에 대한 묘사와 그 전투씬에 다다르기까지의 전개가 어떻게 잘 이루어져 있는가에 포커스를 두고 우리가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이 역사에 대해 알 거라고 생각하기에  내용은 배제하고 순수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만 작성해보겠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 드릴 말씀도 살짝 담았다.


<명량>과 비교해보면?



 한산도 대첩이 명량해전 이전에 있었던 해전이지만, 영화는 <명량>이 먼저 나왔다. 1700만을 돌파하며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덤으로 존재했기에 김한민 감독의 어깨가 많이 무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명량>의 기세를 잇기 위해 전작에 대한 일부 관객의 피드백을 최대한 많이 수용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명량>은 전투씬에 치닫기 전까지 쌓아 올리는 빌드업 자체에 꽤나 큰 허점이 있었고, 순수 전투씬 하나에 영화를 너무 몰아버린 느낌이 들어 고개가 무거워 결국 숙일 수밖에 없는 얇은 줄기를 가진 거대한 꽃과 같았다. 게다가 그 전투씬마저 역사를 전한다기보단 얼마나 왜군을 좀 더 멋지게 부술 것인지에 대한 것에 포커스를 두어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큰 만족감은 있었으나 알고 있던 역사를 그대로 복습하는 느낌이었기에 남는 게 없었던 게 아쉬움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반면 <한산 : 용의 출현>은 전작의 장점을 이어받으면서 단점을 많이 고치려 노력한 게 보인 작품이었다. 제일 걱정이었던 전투씬 이전에 쌓아 올리는 빌드업에 대한 부분이 특히 많이 고쳐졌다. 40대의 이순신이 갖고 있는 차가운 위엄과 와키자카가 갖고 있는 권위와 영리함이 서로 따로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대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약 80분 간 지루함이 거의 없이 진행된다. "전투씬은 언제 나오지?"라는 생각이 거의 안 들 정도의 섬세함이 반영되었다.

 또한, 전투씬에 대한 부분도 많이 개선되었다. 흔히 말하는 국뽕을 위한 전투씬이 아닌, 이순신이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였는지와 거북선의 위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려 힘을 많이 썼다. 그래서 <명량>은 인물 자체에 힘을 줬다면, <한산 : 용의 출현>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힘을 살짝 빼고 전략 자체에 힘을 줬다. 그렇다 보니 포커스가 자연스럽게 인물 중심에서 전략 중심으로 넘어가 '정말 훌륭한 장군이다.'라는 흔한 대답보다는 '정말 대단한 전략가다.'라는 대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전투



 그럼 과연 우리는 전투씬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으로 구분 지어볼 수 있는데, 우선 제일 먼저 들어오는 시각적인 것으로 접근해보았을 때 제일 큰 영향을 주었던 장면들은 단연 배의 움직임이었다. 모든 배들의 좌우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으로 묘사되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배는 대부분 위에서 찍어 배가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행 사실만을 묘사하였고, 배를 돌리는 장면이나 포를 쏘거나 배끼리 부딪혔을 때의 장면들은 <명량>의 장점에 약간을 더 붙여 근접적으로 훨씬 멋있게 표현하였다. 실제 바다 위에서 촬영한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엄청난 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청각적인 카타르시스였다. 포를 쏘는 소리는 물론이며, 거북선이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 등이 너무 적절하게 잘 어울렸다. 과함이 없다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 정확히 관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녹여내었다. 또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어에 자막이 달려 나오는 장면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투씬이다 보니 주변 소리에 말이 묻힌다는 설정을 명확히 하기 위해 대사의 볼륨을 높이기보다는 자막을 넣어 주변 음향 자체의 힘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설정도 역시 돋보인 점으로 남았다.


배우


 

 또 하나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이순신 역의 박해일("조선이 그렇게 만만합니까?")과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원균 역의 손현주, 어영담 역의 안성기, 준사 역의 김성규, 그리고 김성균, 공명, 박지환, 김향기, 조재윤, 옥택연, 윤제문, 박재민, 이준혁, 김민재 등 영화 틀면 이 중 웬만하면 한 분은 나오는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냥 라인업 보는 순간 안 볼 수가 없는 영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사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3부작은 캐스팅의 힘이 영화의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명량>에서도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진구, 박보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후에 나올 <노량 : 죽음의 바다>는 김윤석이 이순신 역을 맡았고, 정재영, 백윤식, 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각각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이순신 장군은 어떠할 지에 대한 비교도 할 수 있을뿐더러,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는 맛도 더불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 역시 준다. 이로써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가 전체적으로 대부분 충족하게 되는 것이 된다. 시각적 & 청각적인 카타르시스, 화려한 배우진, 명성 있는 감독까지.


끝으로



 관객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명량>과 비교를 하며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시기상으로 봤을 때도 명량해전보다는 5년 전의 이순신이고, 그만큼 <명량>의 이순신과는 다른 게 있다는 점, 그리고 전술이나 전투 환경이 명량해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또한, 영화마저도 <명량>이 <한산 : 용의 출현>보다 7년 전에 개봉하였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될 점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속작이긴 하나 서로 다른 영화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즐기러 간 것이지 비교하러 간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한산도 대첩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이순신이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였는지 마음껏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