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shimaro Sep 16. 2024

<베테랑> 후속작...?

<베테랑 2>

 (spoiler)


 류승완 감독의 영화 중에 재밌게 본 영화를 골라보라고 하면 <부당거래>와 <베테랑>을 늘 말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범죄물을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뭔지 모를 쾌감과 스릴을 류승완식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특히나 <베테랑>은 이런 오락성이 너무 잘 녹아들어 있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관람했을 당시 너무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와중에 <베테랑>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베테랑>이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다는 점, 후속작이라는 점, 그리고 류승완 감독이 작품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바빠서 못 갔던 극장에 약 3주 만에 갈 이유를 만들어주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예매했다.



 일단 장점으로 꼽고 싶은 건 류승완 감독의 장점인 액션은 그래도 훌륭하게 잘 묘사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액션 하나만 놓고 보면 <베테랑>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첫 번째는 매우 역동적으로, 두 번째는 매우 감각적으로, 세 번째는 <베테랑>에서 조태오를 두들겨 팼던 것처럼, 이렇게 총 3회의 큰 액션 장면이 있는데 전부 공을 많이 들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찍었다. 특히 이 액션씬들에서 정해인 배우를 다시 보게 됐다. 이렇게까지 몸을 잘 쓰는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꽤나 충격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였고, 표정 연기까지 더해 그 스릴감을 더했다.

 또 하나는 <베테랑>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저 XX 싸움 XX 잘해.' 같은 명대사들과 더불어 일부 장면들에서도 1편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1편의 인물 구조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서 거기에 정해인이라는 캐릭터 하나만 추가된 느낌으로 진행돼 여러모로 좋았다. 만약 <베테랑>이 실패했더라면 이런 모습들이 좋게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나도 성공한 작품이기에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반가울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좀 더 크다고 결론짓는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몇 가지만 골라보면, 첫 번째로 오프닝이다. <베테랑>의 장점 중에 하나였던 그 신선하고 흥미진진하고 유머러스했던 오프닝은 어디 가고 <베테랑 2>에서는 유치함이 느껴질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특히나 그 응원하는 장면에서는 속으로 '류승완 또 이러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영화에 있어서 항상 뒷부분까지 영향을 주는 오프닝부터 불안함이 느껴졌다.

 두 번째로 우리가 기대하는 오락성이 없다. 사실 '범죄오락액션'에서 '액션범죄수사극'으로 컨셉을 바꾼 사실을 영화를 보고 알긴 했지만, 이게 '베테랑'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특히 <베테랑>을 좋아했던 이유는 통쾌함과 오락성 때문이었다. 범죄물을 이렇게 다루는 작품이 굉장히 드물기에 단 한 편만으로 <베테랑>만의 색깔로 자리 잡은 느낌이 강했다. 근데 <베테랑 2>에서는 그런 요소는 최대한 덜어내고, 오히려 범죄 쪽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 보니 시리즈 자체가 개성이 있다고 생각되기보단 결국 이렇게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세 번째는 정해인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난해함이다. 과연 '해치'라 불리는 이 캐릭터가 하는 행동을 어떻게 판단해야 되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갸우뚱했다. 일단 나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봤다. 오직 죄를 지은 사람만 표적 삼아 그 대상이 지은 죄의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는 캐릭터라고 영화가 정해준 채로 전개가 되는데, 마지막에 도달하면 서도철의 아들과 죄를 지은 것이라고 누명이 씌어진 투이를 인질로 잡는 모습이 묘사된다. 정반대의 상황이 묘사되면 보통 그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거나, 관객이 해석할 수 있는 몇몇 근거가 영화에 제시됐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만큼 이 인물은 꽤나 불친절하게 묘사됐다.



 결과적으로 왜 <베테랑>의 후속작이어야만 했을까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오히려 단독적인 영화였다면 지금보다는 평가가 좋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일 들 정도로 액션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만약 <베테랑 3>가 나온다면 <베테랑 2>의 후속작이라는 느낌보다는 베테랑 시리즈의 원래의 테마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근데 그땐 정민이 형이 많이 힘들겠지...


3.0 / 5.0



작가의 이전글 분명 재난 영화는 맞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