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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himaro Sep 28. 2024

그래, 이거지!

<트랜스포머 ONE>

(spoiler)


 영화로 제작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트랜스포머>에서 느꼈던 신선함과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스토리 전개까지는 괜찮았는데, 3편인 <트랜스포머 3> 이후로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명확하지 않은 세계관 확장과 늘어지는 전개는 우리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던 시리즈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5편인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이후로 리부트 시리즈인 <범블비>나 <트랜스포머 : 비스트의 서막> 등으로 약간의 변주는 줬지만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건 사실. 그러던 와중에 트랜스포머가 애니메이션으로 극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변주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고, 그만큼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 있었다. 그런 기대를 안고 극장을 찾았다.



 이번 <트랜스포머 ONE>은 대중의 우려를 깨고 시리즈를 잇는 것에 성공한 <토이 스토리 4>를 연출했던 조시 쿨리가 감독을 맡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마이클 베이와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인물인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렛 조핸슨, 키건마이클 키 등이 성우로 참여하였다. 조합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너무 좋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대만족.

 일단 시리즈의 고질병 중 하나였던 세계관 전개법에 대한 단점이 많이 극복되었다. 다섯 편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늘 그래왔듯 전투씬 이전에 이루어지는 인물 간의 갈등을 포함한 세계관 전개가 해당 영화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이게 이렇게 재미없고 루즈하게 이루어지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드는 전개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은 전투씬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볼거리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극장을 찾기 때문에 그 이전 내용을 그렇게까지 심오하고 딱딱하게 다룰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번 <트랜스포머 ONE>은 세계관 자체를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기본적인 틀을 잘 잡아두고 과하지 않은 선에서 딱딱 알맞게 진행시켜 영화를 따라가는 우리에게 최대한 피로도를 덜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렇다 보니 세계관을 익힌다기보다는 흡수시키는 느낌이 더 강해서 영화 자체가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후반부 액션씬 또한 훌륭했다. 캐릭터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간결하고 빠르게 이루어져서 액션 따라가느라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고, 그만큼 볼거리도 충분히 제공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또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팬들에게 큰 선물 같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센티널 프라임, 스타스크림, 쇼크웨이브 등 시리즈에 등장했던 각 로봇들의 이름이 불려지고 정해지는 장면에서는 반가움을 느꼈고, 이들이 팅팅팅팅 소리를 내며 신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감탄을 했으며,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내용들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항상 고전하다가 옵티머스 프라임의 각성 한 번이면 갑자기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힘 빠지는 전투씬 묘사가 다소 실망스러웠던 모습이 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구도 자체가 센티넬 프라임이 빌런으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오라이온 팩스와 D-16이 절친에서 어떻게 적이 되었는지의 과정과 이들이 어떻게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됐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런 돌발적인 원맨쇼에 대한 허무함 자체는 없어서 좋았다.


 단, 한 가지 정도는 아쉽다고 느꼈을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무래도 로봇 자체의 변신 모션 등의 실감 나는 자세한 묘사는 실사영화 시리즈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트랜스포머>에서 샘 윗위키가 조우한 옵티머스 프라임의 변신 장면은 아직까지도 웅장하고 감탄스러운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게 부족했다. 하지만 이런 요소를 덜고 속도전을 선택한 전개를 보여줘서 또 다른 성공적인 가능성을 보여줬고, 마지막에 옵티머스 프라임 vs 메가트론 구도를 만들어줌으로써 우리에게 색다른 웅장함과 즐거움을 줬다는 것에 나는 만족했다.



 보여줄 거 다 보여줬고, 이대로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넘어가면 자연스러운 연결도 되다 보니 이보다 더 이전 얘기를 다루지 않는 이상 이번 애니메이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 예상된다. 이게 아쉽다기보단 새로운 가능성을 봐서 좋았다. 침체되어 있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위로 한 번 쳐준 느낌이라 다음에 새로운 시리즈로 등장하게 되면 훨씬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나올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도 <트랜스포머 ONE>같이 '그래, 이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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