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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himaro Oct 08. 2024

오늘은 어떤 요리가 만들어질까?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또 경연 프로그램, 또 요리 프로그램, 또 백종원 출연. 포스터만 보면 어디서 씹고 뜯고 맛봤을 것 같은 프로그램의 냄새가 났다. 신선한 재미보다는 늘 잘 되어왔던 장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독자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근데 이게 웬걸, 재밌네?



 일단 어디서 느껴본 맛이라는 것은 변함없었다. 요리사들이 나와서 각자의 요리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그것에 대한 심사를 받고,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것, 분명 큰 틀만 놓고 보면 흔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근데 이 프로그램이 재밌었던 이유는 마치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요리를 먹는 것과 파인 다이닝을 먹는 것의 차이같이 고급스러움과 신선함을 첨가했다는 점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출연진 수준 자체가 높았다. 100명이 전부 어디서 '요리'하면 뒤처지지 않는 엄청난 전문가들이라는 사실부터가 무시무시했는데, 이들을 심사하는 두 인물이 '장사의 신' 백종원과 국내 유일의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모수 서울'의 오너셰프인 안성재라는 점도 엄청났다. 그래서 그런지 시청자들의 눈은 시작부터 확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 상태로 진행된 60명의 탈락자를 발생시키는 흑수저간의 1라운드 대결은 말 그대로 황홀 그 자체였다. 각자의 장점을 마음껏 뽐내며 개성 있는 요리들을 만들어내는 과정, 톡톡 튀는 인물들, 그리고 완성된 요리를 평가하는 두 심사위원의 전문성까지, 뭐 하나 빠진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촘촘하고 스릴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12화까지 보고 나니 이 라운드없었다면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이 과연 이렇게까지 재밌을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수많은 밈 양산중

 이뿐만이 아니었다. 2라운드는 신선함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오직 '맛' 하나만으로 심사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의 눈을 가리고 흑수저 요리사 or 백수저 요리사의 만든 음식을 입에 넣어주는 설정이 저것만큼 공정한 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 라운드에서는 요리도 요리지만 두 심사위원의 전문성에 다시 한번 놀랐다. 특히나 백종원 심사위원은 그 요리에 뭐가 들어갔고 요리사가 의도한 게 무엇인지 하나하나 다 잡아내는 전문성을 갖췄었고, 안성재 심사위원은 최고의 셰프답게 본인의 주관을 가지고 세세하게 평가하는 훌륭함을 보여줬다. 저 자리에 괜히 앉아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아쉽다고 느낀 건 이 이후에 이어졌던 두 번의 팀전 대결이었다. 한 번은 대중성을 목표로 하여 100인의 심사위원이 평가한다는 현실적인 설정을 도입했지만 각 요리사들이 가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고, 한 번은 상업성을 목표로 잡고 대결을 펼치는데 이들의 매출에 영향을 주는 인물들이 먹방 크리에이터라는 점이 아쉬웠다. 아무리 정해진 룰이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해서 요리사들을 떨어뜨리는 게 과연 공정한 절차인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성을 유지했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다.

 

넷플릭스 X에 올라온 TOP 8 화보

 그렇게 정해진 TOP 8에서 바로 결승으로 이어지는 대결이 이어진다. 이때의 진행이 비교적 평범해 보였다. TOP 2가 정해지고 우승자가 정해지는 과정이 화려한 이펙트와 촬영 기법이 들어가 있지 않고 어두운 조명과 함께 담백하게 연출되어 있는 점, 결승전에서는 2라운드와 비슷하게 셰프들이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가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면 이 프로그램이 담아내온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누가 떨어지고 누가 올라가고 누가 우승하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 출연한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본인의 요리를 사랑하고, 그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또한 각자의 능력과 서사를 인정해 주고, 동업자 정신을 가지며 서로를 응원한다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 때문에 적어도 나는 경쟁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보다는 각자가 가진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뽐내는 것으로 보여서 오히려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리는 나와 거리가 먼 행위 중 하나였지만, 이번 프로그램이 요리에 흥미가 없는 나를 홀리게 만들어줬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또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근 몇 년간 봤던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밌었다. 출연했던 모든 요리사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래도 요리사분들 힘든 게 여기까지 전해졌기에 시즌 2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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