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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himaro Oct 25. 2024

이유를 설명해 줘

<베놈: 라스트 댄스>

(약 spoiler)


 내 기준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새로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밤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근데 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같이 있는 경우가 많고, 세 번째 이유가 굉장히 드물다. 애초에 시리즈물 자체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 시리즈를 내가 처음부터 안 보고 있었다면 이에 해당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 <베놈: 라스트 댄스>를 보고 나서 느꼈다. <베놈> 시리즈를 시작한 내가 대단히 원망스러웠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뿐이지 사실 장점이 없진 않다. 동물들의 몸에 이리저리 옮겨 붙으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아이언 맨 3>를 연상케 하는 다수의 심비오트가 등장하여 제노페이지를 상대하는 모습은 잘 묘사된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마블 영화들의 구도 자체가 히어로 vs. 빌런이다 보니 관객들은 히어로 편에 서서 어떤 방식으로 빌런을 두들겨 패는지에 대한 볼거리를 느끼기 위해 극장을 찾는데, 베놈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코믹함과 역동적인 모습은 IMAX에서 충분히 느껴볼 만한 액션이다.


이젠 너무 귀엽다

 저 훌륭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점이 너무 커서 쉽게 묻혀버린다. '후속작'을 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개봉된 영화라고 보일만큼 전개가 허술하다. 뜬금없이 저 가족이 왜 이 영화에 개입됐을까, 이 장면에서 왜 이 음악이 흘러나올까, 쫓겨 다니면서 왜 갑자기 변신해서 춤을 출까, 신발에 왜 그렇게 집착을 한 걸까, 도망가라는데 왜 자꾸 안 도망가는 걸까, 진작 저렇게 하지 왜 계속 고전했을까, 마지막 편이라면서 왜 후속작을 예고하는 쿠키가 있을까 등등 모든 장면에서 '왜?'가 빠진 상태로 난해한 방향성을 지닌 채 영화가 풀어진다. 그렇다 보니 주로 볼거리보다는 전개에 무게를 두고 보는 내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베놈 1, 2의 감독이 후속작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각본가(<베놈: 라스트 댄스>가 감독으로서 첫 영화)에게 짬 때린 게 아닌가 싶었다. 또 엔딩 크레딧은 어찌나 긴지, 쿠키 영상 하나 보기 힘들었다.

 

 <베놈>,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 <모비우스>, <마담 웹>에 이어 다섯 번째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작품인 <베놈: 라스트 댄스>. 다섯 편 전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만큼 이번 편 역시 마블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더 낮추게 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베놈 네 이놈, 웬만해서는 돌아오지 마라.


2.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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