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작년 12월 말까지는 집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집값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21년에 영끌한 사람들은 곡소리가 났다. 원리금 상환 부담에 급급매로 던지는 물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1월부터는 규제완화 효과가 나타나면서 다시 거래량이 늘어나고 반등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등기 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라 이런 상황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영끌 대출이나 무리한 갭투자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니 현재 내 상황, 내 수준에 맞는 집이라는 게 과연 어떤걸까란 고민이 많다.
적당한 수준의 대출을 받으면 괜찮을까? 대출이 많지 않으면 집값이 떨어져도 버틸 수 있을까? 실거주 만족도가 높아 오래 살 생각이라면 집값이 떨어져도 별 상관이 없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사람인지라 대출이 많든 적든 일단 내 돈이 들어간 자산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특히나 대출이 과도하다면 집값이 떨어졌을 때 자기 자본은 다 까먹고 대출만 왕창 남은 상태가 되어버리니 원리금 상환이 더더욱 부담스럽고 심정적으로도 힘들거라는건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적절한 수준의 대출은 얼마일까. 참으로 주관적인 단어이다. 내 집 마련이 영끌이 되지 않으려면 생활비와 원리금 상환액을 제외하고도 저축할 수 있는 돈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돈이 들어오는 족족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지 않을 수 있고 추후 금리가 올랐을 때도 감당이 가능하다. 금리가 올랐을 때 눈물나는 짠테크를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 그건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내가 실거주하는 집이라 해도 몇 억씩 손해를 본다면 멘탈이 안녕할 리가 없다. 그러니 비싸게 사면 안된다. 물론 내가 오래오래 실거주를 할 집이라면 눈 감고 모르는 척 하고 살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손해를 봐서 갈 수가 없는거니 비자발적 장기 보유인 셈이다.
우리는 지금 5억 정도 대출을 받아 9억대의 집을 살 생각이다. 만기 30년, 금리 5%를 가정하면 매달 상환하는 원리금은 약 270만원 정도이다. 생활비를 넉넉하게 250만원으로 잡아도 한달에 최소 250 이상은 저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능성이 높진 않겠지만 금리가 8%대까지 오른다고 해도 한 명 월급을 대출 갚는데 쏟아붓는 수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 자금이 남는다. 처음에 남자친구가 5억 대출을 이야기했을 때 미친거 아닌가란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계산을 해보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집값도 고점 대비 많이 하락했기에 예전처럼 말도 안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눈을 높이면 안된다. 눈을 높이면 더 많은 대출을 끌어다 써야 하고 그럼 그만큼 여유가 없어진다. 그치만 보다보면 눈이 높아진다. 서울에서 우리 예산에 맞는 곳들은 90년대 구축 복도식 뿐이다. 대부분 언덕에 있거나 주변 환경이 썩 좋지도 못하다. 당연히 사람인지라 더 좋은 곳에 살고 싶지만 그 이상은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내 집 마련을 한 후 집값이 떨어지면 당연히 괜히 샀나 후회도 되고 조바심이 날 테다. 하지만 만약 살 수 있었는데도 사지 않았다가 집값이 올라 더 이상 살 수 없는 가격이 되어버리면? 집값은 떨어졌어도 편하게 출퇴근 하면서 이사가지 않고 쭉 살 수 있는 내 집이 있는 것이 더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소득을 전부 대출을 갚는데만 쓰지 않고 대출을 갚으면서도 돈을 꽤나 모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란 판단이 들었다.
내 집 마련을 하고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내 판단의 옳고 그름이 드러나겠지만 지금은 뭐가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다.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욕심부리지 않고 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괜찮은 선택을 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