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 10월 이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인 이유는 그 시점에 남자친구가 보유하고 있는 집의 비과세 요건을 채우기 때문이다. 과연 그 때 우리는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고, 원하는 가격에 집을 살 수 있을까?
서울 부동산 시장은 작년 11월~올해 1월에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모든 단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게 되었던 단지들은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2022년 이후로 거래가 뚝 끊겼다가 최근 하나 둘 거래가 되는 곳들은 몇 억씩 하락한 거래가 이뤄지지만 낙폭이 줄었다.
작년 11월, 거래가 거의 소멸했던 시기에 우리는 매수를 희망하는 단지에 임장을 다녀왔다. 당시 매도 호가는 소위 말하는 RR(로열동 로열층)이 9억 3천~9억 5천이었다. 주변 시세에 비해서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단지들에 비해서도 메리트가 확실히 있었던 단지였기에 너무나도 사고 싶었다.
부동산을 나서면서 어떻게서든 자금 융통이 안되려나 마음이 급했지만 집에 현금이 묶여있는 우리 상황에서 매수를 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우리가 본 매물 2개 모두 호가보다 5~6천만원을 깎은 8억 후반에 실거래가 되었다.
처음 그 실거래가를 봤을 때 든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만약 우리가 그때 돈이 있었어서 네고도 해보지 않고 덥석 샀다면 5천을 손해봤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 뒤로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로부터 또 한 달 뒤, 2023년이 되자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났고 호가가 적게는 몇 천, 많게는 1억 이상 올랐다. 그 동안 꾸준히 트래킹하고 있던 단지들에서 급매물은 급매 딱지를 떼고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뒀다. 분명 한 달 전까지만 해도 7억 8천에 급매로 내놓았던 매물이 한 달 만에 호가를 4천만원 높인 8억 2천이 되었다.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 호가 알림을 설정해놨는데 어느 순간부터 알림이 오지 않았다. 한동안은 알림이 너무 많이 와서 거슬렸는데 지금은 알림이 단 한개도 오지 않는다. 작년 11월~12월에 설정해뒀던 해당 단지의 최저 호가 밑으로 내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021년 이후로 실거래가 뚝 끊겼던 남자친구의 집도 거래가 되었다. 우려했던 것보다 실거래가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집 가격이 오른 만큼 내가 가고 싶은 집의 가격도 올랐다는게 문제였다.
11월에 매물을 보고 왔던 매수 희망 단지는 2월에 무려 2억이나 오른 실거래가 찍혔다. 앞 자리 수가 2개나 바뀐 것을 보고 아찔했다. 다행히 해당 물건은 한강뷰가 나오는 매물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실거래 된 매물들도 전부 5천 이상 오른 가격인데다 로열동도 아니었다. 호가를 확인해보니 비로열동이 9억 3천~5천이었고 로열동은 호가가 10억부터 시작했다.
집을 살 때 필요한 돈은 집값만 있는게 아니다. 취득세, 복비, 이사비용 등 부대 비용만 해도 몇 천만원이 드는데다 구축이기에 인테리어까지 한다면 최소한으로 한다 해도 다 합쳐서 최소 7~8천 혹은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거기다 우리는 이사를 간 후에 가전 가구를 새로 맞출 생각이기 때문에 가전가구를 사는 돈 까지 합치면 거의 1억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그 때 엄청나게 무리를 해서라도 샀어야 했나? 못내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 해도 우리는 그 집을 살 수 없었을거다. 하지만 지금 집값이 소폭 반등했다 한들 내 집보다 내가 가고 싶은 집이 더 많이 올랐기에 똑같은 집을 사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씁쓸하다. 과연 내 집은 어디에 있는걸까. 우린 계획대로 올해 성공적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