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혼부부에게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오지랖을 부리는건 단연코 집이다.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툭툭 던지는 말이다. 안 그래도 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주변 사람들의 오지랖은 내 스트레스를 더 끌어올리는 원흉이다.
나와 남자친구의 직장은 정 반대 위치에 있다. 가운데 지점은 강남,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둘 다 행복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위치다. 그치만 이제 회사생활 한 지 3년차, 6년차밖에 안 된 나부랭이들이 무슨 수로 강남에서 살 수 있을까. 더군다나 남자친구는 2년 전 증여받은 집에 돈과 발이 모두 묶여있다. 실거주 기간을 채워야 하기에 마음대로 이사도 못 간다.
실거주 기간을 채우기 전에 결혼식을 하자고 한 건 나의 의견이었다. 결혼식이 다가오면 안그래도 정신없을 텐데 그 시기에 집까지 구하러 다니면 너무 힘들 것 같아 결혼식부터 끝내놓고 집을 해결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집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을 하기엔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니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친구를 생각해 왕복 3시간 출퇴근을 감수하더라도 결혼부터 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왕복 3시간 출퇴근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방 1개짜리 좁디 좁은 19평 집에서 둘이 부대끼며 살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오긴 한다. 사실 제일 힘든건 난데 주변 사람들은 불난데 부채질을 한다. 굳이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싶진 않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말을 하게 되는 상황들이 온다. 반응은 참 다양하다. 같이 고민해주면서 집 위치를 정해주는 사람들은 고맙다. 그치만 대부분은 그렇게 먼 데서 출퇴근을 어떻게 하냐, 요즘은 집도 안팔리는데 어쩌려고 그러냐, 그냥 전세 살지 왜 거길 들어가서 사냐, 남편한테 희생하라고 해라, 그러게 왜 결혼식 날짜를 그렇게 잡았냐 등등.. 잔소리 아닌 잔소리들을 한다.
허허 웃어넘기는 것도 한두번이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소리를 들으니 짜증이 치솟는다. 왜 이렇게 내 주변엔 오지랖들이 많은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그렇게 옆에서 한 마디씩 얹을거면 집 구하는데 보태게 돈이라도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주변 친구들이 바로바로 집을 구하는걸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대부분은 예쁘게 인테리어가 된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본인 취향대로 가전가구를 세팅해놓는다. 그렇게 미리 집을 세팅해놓고 결혼식 전부터 같이 살면서 신혼 라이프를 먼저 즐기는게 그저 부럽다.
분명 우리도 살 집은 있는데 먼저 들어가서 살기엔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출퇴근이 오래 걸리니 최대한 늦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언제 들어올거냐는 남자친구의 말을 못 들은 척 하고 있다. 게다가 2년 실거주 기간만 채우고 나간다는 생각이었기에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했고 (30년도 넘은 구축인데 단 한번도 수리를 하지 않아 수리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가전 가구도 전부 변변찮아 신혼집이라기 보다는 자취방 느낌에 가깝다.
그렇다고 가전가구를 새로 사기엔 잠깐만 살다 이사갈거란 생각에 섣불리 구매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그대로 살기엔 좀 아니다 싶어 침대는 새로 구매했는데 너무 큰 걸 사버려서 안그래도 좁은 방이 겨우 발 디딜틈만 남아버렸다. 그래도 덕분에 조금이나마 사람 사는 집 같아지긴 했다.
나는 결혼식에는 정말 아무런 로망도 욕심도 없었지만 집에 대한 로망이 정말 크다는걸 결혼준비를 하면서 느꼈다. 내 취향이 한껏 반영되어 예쁘게 꾸며진 집에서 알콩달콩 신혼 놀이를 하며 사는 (헛된) 로망이 있었는데 지금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그 로망을 실현할 수 없으니 불만족스럽다. 그런 와중에 주변에서 집은 어떻게 하냐면서 한 마디씩 하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친구들은 다들 좋은 집에서 내 로망을 실현하고 있으니 예민해질 수 밖에.
각자의 사정이 다른거니 주변 사람들 말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고 남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는걸 알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그래도 어떡하겠나. 내가 선택한건데 누가 뭐라하든 신경 쓰지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지라고 마음을 다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