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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Jan 05. 2022

절약에 지칠 때, 가끔은 나에게 당근을 주자


앞선 글에서 목돈을 모으기 위해서 짠테크는 필요하고, 나의 고정비와 방앗간을 찾아 아낄 수 있는 돈은 아끼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계속해서 아끼기만 하면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처음 몇 달 간은 줄어든 지출 금액과 조금씩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아무리 아껴도 아낄 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어 저축액을 일정 금액 이상 늘리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면 '정말 열심히 모은 것 같은데 아직 이것밖에 못 모았다고?'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을 돌려 주변을 보면 나만 빼고 다들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면 마음 속에는 '이렇게 아껴봤자 한 달에 꼴랑 n만원밖에 더 못모으는데 왜 나 혼자만 이렇게 궁상맞게 살아야하지?' 라는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결국 에라이 모르겠다! 하며 다시 소비요정이 찾아오고 짠테크는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나는 절약과 다이어트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샐러드와 닭가슴살, 고구마로만 삼시세끼를 떼우며 주5회 이상 운동을 하겠다는 원대하지만 지속되기 힘든 목표를 세운다.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다이어트는 정말 엄청난 의지력과 멘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99%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 '역시 난 안될놈이야'라며 자책한다.



절약도, 다이어트도 결국 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짠테크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아끼는 것 때문에 나의 현재가 불행해져서는 안된다. 가끔 의욕이 너무 앞서서 지출 계획을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세워 초절약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평소 소비를 많이 하던 사람이라면 천천히 줄여나가야 탈 나지 않는다.



나 또한 돈을 열심히 모은지 6~7개월 쯤 됐을 때 위기가 한 번 찾아왔었다. 주변 친구들은 취직한 이후로 많은 것들을 소비하며 즐거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학생 때보다 좋은 옷을 입고, 비싼 밥을 먹고, 좋은 곳에 여행을 갔다. 나 혼자만 아득바득 돈을 모으겠다며 학생 때와 별다를 바 없는 씀씀이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도 나에게 돈도 잘 버는 애가 왜 그렇게 궁상맞게 사냐며 핀잔을 줬다.



안 그래도 돈 모으기에 지친 상태였기에 염세주의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모아봤자 남들보다 끽해야 1년에 천만원 정도 더 모으는거고, 그거 더 모아봤자 어차피 집도 못사는데 뭐하러 아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걸 놔버리고 싶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나에게 당근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달만큼은 저축을 신경쓰지 않고 사고 싶은거 사고, 먹고 싶은거 다 먹기로 했다. 원체 절약하던 습관이 있었어서인지 대단한 소비를 하진 않았다. 그저 가보고 싶었던 오마카세를 예약해서 먹고, 사고 싶었던 운동화를 사고, 자잘한 악세사리와 마음에 드는 20만원대 가방을 산게 다였다. 몇백만원을 더 쓴 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40~50만원 정도 더 소비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숨통을 트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 동안 열심히 아끼고 모았다면 가끔씩은 나에게 당근을 주자. 그게 어떤 것이든 좋다. 돈을 너무 아끼기만 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합리화하는 도구로서의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닌 정말 그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을 한다면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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