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방법에 있어서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이다. 요즘 들어 진정한 분산투자란 무엇인지, 그리고 분산투자의 위력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톡톡히 체감하고 있다.
분산투자라고 하면 흔히들 주식 종목을 여러 개 사는 것을 생각한다. 가끔 보면 정말 이 종목들을 다 관리할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종목들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투자는 분산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지금처럼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압박, 전쟁과 국제정세 불안, 유가 폭등 등 대외적인 악재가 겹쳤을 때 주식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지금처럼 한국이고 미국이고 유럽이고 할 것 없이 모든 주식 시장이 폭락 중일 때 삼성전자라고 해서, 애플이라고 해서, 테슬라라고 해서 홀로 살아남아 주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우량주라 한들 시장이 빠질 땐 해당 기업에 직접적인 악재가 없어도 같이 주가가 빠질 수 밖에 없다.
또 사람마다 관심사와 취향이 다르다보니 주식 종목을 선정할 때도 그런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어떤 사람은 전기차, 메타버스, NFT 등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 중인 기술주, 성장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가치주, 배당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특정 섹터로만 이루어진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리스크 헷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 금리인상 이슈로 한동안 나스닥이 많이 빠지던 시기에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표적인 기술주, 성장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다면 시장 하락폭보다 훨씬 큰 손실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 시기에 금융주들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었다. 만약 포트폴리오 안에 테슬라와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둘 다 갖고 있었다면 한쪽의 손실이 다른쪽의 수익으로 방어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단순히 종목을 여러 개 산다고 분산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주식에만 한정해서 분산투자를 논하자면 한쪽에 쏠리지 않고 기술주, 성장주, 가치주, 경기민감주 등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종목들을 적절히 섞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이다.
이는 비단 주식 종목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포트폴리오를 주식, 채권, 금, 달러 등 여러 자산으로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갖고 있다면 한쪽이 처참한 손실을 내고 있을 때 다른 쪽이 꽤 괜찮은 수익을 내주면서 적어도 손실을 최소화하며 리스크를 헷징할 수 있다.
나는 첫 월급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적금과 주식을 5:5 비중으로 해서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각종 금융상품들과 투자 자산들에 대한 공부를 해오면서 관심이 가는 것들에 조금씩 돈을 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현재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미국주식, 개인연금(IRP, 연금저축펀드), 달러와 금, 현금으로 이루어져있다. 금융자산과 현금자산의 비율은 작년에는 7:3 정도로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5:5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유가 폭등,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로 주식 시장이 끝도 없이 하락 중이지만 미리 사둔 달러와 금 덕분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우선 내가 달러에 투자한 방법은 달러발행어음과 미국 주식이다.
미국 주식의 경우 외화 수익률은 처참하지만 환율이 1,230원을 거뜬히 넘어버린 현재 시점에 원화 환산 수익률은 그래도 꽤 봐줄만 하다. 예를 들면 외화 기준으로는 -6.82% 손실이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18% 손실인 식이다. 리얼티인컴처럼 외화 기준으로는 손실이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이익인 경우도 있다.
달러RP는 20년 12월에 가입해서 21년 12월에 만기가 되었는데 외화로 만기 재예치된 이후 환율이 계속 오를 것 같아 환전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 맨 처음 가입했을 당시 환율이 1,100원 초반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1,235원이나 된다.
물론 항상 1,100원대에 환전을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그보다는 낮지만 작년 12월 말 환율이 1,190원대일 때 연환산 수익률이 9.54%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환율이 3% 가량 올랐기에 그만큼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금은 작년 6월쯤 금 투자 방법을 공부하다가 KRX 금시장에서 거래하는게 좋다는 것을 알고 그 날로 바로 금현물 계좌를 만들어서 소액을 매수했었다. 내가 사면 고점이라는 말이 금에도 통하는건지 그 이후로 금 가격이 지지부진하고 계속 떨어지기만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금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전혀 예상치 못한 수익을 안겨주었다.
물론 달러 현물과 금 모두 내 전체 포트폴리오의 7%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액을 투자했기 때문에 현재 주식으로 인한 손실을 메꾸기엔 턱도 없다. 하지만 진정한 분산투자란 무엇인지, 분산투자의 위력을 체감하고 교훈을 얻기엔 충분했다.
환율이 1,100원 하던 당시 아무도 달러에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관심을 갖고 달러 현물에 투자하면서 매일같이 환율을 체크하고 조금씩 모아갔던 덕분에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모두가 달러에 관심을 갖는 시간에 흐뭇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시장이 외면하는 자산을 조금씩 꾸준히 사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