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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Oct 27. 2022

돈은 그냥 생각 없이 모으는거야


직장생활을 한지 딱 만 2년이 되었다. 2년 간 모은 돈은 총 약 8,800만원.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목표가 3년 내에 1억 모으기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듯 하다. 어쩌면 월세도 생활비도 내지 않는 캥거루족의 특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있는 모두가 다 나와 비슷하게 저축률이 높은건 아니니 그 동안 잘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자산 시장이 폭락하니 다들 현금의 중요성을 외치며 예적금으로 눈을 돌리고 선납이연, 풍차돌리기 같은 옛날의 재테크 방법들이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재테크 카페를 들어가보면 '빨리 돈을 모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을까요? 얼른 돈 모으고 싶은데 돈 나갈 일이 너무 많아서 안 모여요' 같은 글들도 많이 보인다.



2년간 거의 9천여만원을 모아보니 돈을 모으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모으는게 답이다. 나는 특별히 짠테크를 하진 않는다. 앱테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인이나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돈을 잘 안 쓸 뿐이다. 입사 초반에는 마음먹고 돈을 쓰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모았던 적도 잠시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한 번 크게 현타를 맞은 이후로 적절하게 소비를 하면서 마음 편하게 돈을 모으고 있다. 그치만 원체 물욕이 별로 없고 돈을 잘 안쓰는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돈을 좀 많이 썼다 싶은 달에도 70%는 저축한다.



돈을 모으고 싶은데 돈 나갈 일이 너무 많아서 안 모인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고정비가 크다. 문제는 그 고정비가 생활에 필수적인 금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싼 핸드폰 요금, 과도한 보험료, 과도한 구독요금, 과도한 취미생활 등등.. 마음 먹으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줄이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회사 다니는 것도 힘들어죽겠는데 취미생활 좀 즐길 수 있지, 취미에 돈 아끼고 싶지 않다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ott마다 오리지널 컨텐츠가 달라서 원하는 컨텐츠를 다 보려면 넷플릭스, 티빙, 왓챠 전부 다 구독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게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서 포기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다르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그게 중요하다면 빨리, 쉽게 돈을 모으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면 그만이다.




물론 다양한 취미 생활과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도 있다. 하지만 소비는 하나도 줄이지 않으면서 돈을 모으고 싶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소득을 늘리면 되겠지만 소득을 늘리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매주 금요일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게 유일한 낙이라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날에는 외식을 하지 않는다거나 커피를 사먹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 나에게 덜 중요하고 포기할 수 있는 것들에서 돈을 쓰지 않아야 한다. 친구들과 매주 금요일마다 술도 먹어야 하고 퇴근하면 피곤하니 맛있는 저녁도 먹어야 하고 점심 먹으면 졸리니 밖에서 커피도 사먹어야 한다면 돈은 못 모은다.




중요한건 내 마음이다. 돈을 모으고 싶은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다 돈을 모아야된다고 하니까 모아야겠다고 하는건지 구분해야 한다. 소비가 더 즐겁고 소비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게 행복하다면 억지로 힘들게 나에게 가치 있는 것들을 포기해가며 소득의 70%, 80%씩 돈을 모을 필요는 없다. 다만 돈을 모으지 않는게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면 소비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저축을 조금씩 늘려나가면 된다. 한달에 200씩 쓰던 사람이 갑자기 한달에 50만원만 쓰는건 불가능하다.



나는 소비보다 저축이 더 즐거운 사람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고 여행을 가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통장 잔액이 차곡차곡 늘어나는게 나에게 더 큰 효용을 안겨준다. 누군가는 나에게 왜 그렇게 궁상 맞게 살아? 왜 그 즐거운 것들을 다 포기하고 살아?라며 혀를 찰 수도 있다. 어느정도 동의하긴 한다. 하지만 나는 30만원짜리 옷보다 3만원짜리 옷에 더 큰 효용을 느끼는 사람이고 몇백만원을 들여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아도 당일치기로 근교에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전환이 되는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돈을 모을 수 있었고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아무 생각없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저축하고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적당한 돈을 소비하면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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